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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

등록 2016-03-24 20:16

잠깐독서
밀양 전쟁
장훈교 지음/나름북스·1만7000원

투쟁을 왜 하느냐고 묻는 이는, 투쟁하지 않는 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1년째. 송전탑도 이미 들어섰는데 뭣 때문에 계속 싸우는지 묻는 쪽은 아직도 많다. 장훈교가 지은 <밀양 전쟁: 공통자원 기반 급진 민주주의 프로젝트>는 그들에게 건네는 비판사회과학의 대답이다.

지은이는 장소와 입지를 구분한다. 장소는 삶의 터전, 입지는 자본의 구역이다. 밀양은 장소와 입지가 충돌한 ‘장소’. 송전탑이 세워져도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첫번째 이유는 이것이다. 자본이 눌러 밟은 곳이 삶이기 때문이다. “장소로부터 인민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한국 자본주의가 확대재생산된다면 자본주의 발전의 국면마다 밀양 투쟁을 발생시킨 갈등구조는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력은 분산전력이 아니고 중앙집권화된 국가전력 계통이다. 1960년대에 짜인 전력체계엔 당시 산업화 과정과 같이 군사주의 원리가 심겨 있다. 군사주의는 “군대의 명령에 대한 부정과 갈등을 동일시”한다. 밀양 송전탑 갈등은 국가에겐 명령에 대한 부정으로밖에 이해받지 못했다. 이것이 싸움이 계속돼야 하는 두번째 이유다. 갈등 없는 사회가 위험하지 갈등 자체는 문제없다. ‘빨갱이’랑 상관없는 얘긴데, 마르크스의 밑동인 헤겔에 따르면 역사의 발전(합)은 정과 반의 갈등이 온존할 때 이뤄진다. 갈등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국가전력망 개발 과정에 내재된 내부식민화의 산물”인 밀양은 단연코 내부 발전의 힘이다. 저항하는 이들은 방해꾼도 ‘좌파 빨갱이’도 아니다.

밀양 송전탑 갈등은 결국 핵발전에 기인한다. “송전탑 건설의 배후에 신고리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신고리3호기의 원전 수출이 존재하고, 고리1호기를 폐기하면 송전탑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 밀양은 “탈핵이란 프레임과 조우한”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모두는 지역과 자연을 “약탈하는 경제에 의존하는 소비주의”라는 “구조적 부정의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 곧 일부”다. 이 싸움이 끝날 수 없는 끝없는 이유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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