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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섬의 4월

등록 2016-04-07 20:46

잠깐독서
한라산의 노을
한림화 지음/장천·2만5000원

올해는 가장 작은 도(道) 주민 10분의 1을 한꺼번에 잃은 지 68년 되는 해다. 그 일에서 규명된 진상도 얼마 없이 지내온 지 68년째. 제주 4·3사건 68주기에 맞춰 최초의 4·3 장편소설 <한라산의 노을> 개정판이 나왔다. 1991년 한길사에서 처음 출간됐다가 절판된 것을 제주 토종 출판사인 장천에서 펴냈다.

지은이 한림화는 10여년간 4·3을 취재하고 조사해 이 소설을 썼다. 해방 뒤 일제의 퇴장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미군정이 들어서고, 제주엔 서북청년회와 육지경찰이 들이닥쳤다. 47년 3월1일, 제주 사람들은 독립을 기념함과 더불어 완전독립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3·1절 기념식이 끝나고부터다. 제주도가 ‘빨갱이 사냥터’로 변한 건. “섬 어디에나 모래밭이 있는 곳이면 여지없이 그곳은 집단처형장으로 변해버렸다.” 3만명이 살육당했다. “400여평은 됨직한 탄약고 터 두 개의 웅덩이에 사람 시체가 ‘멜젖’(제주 전통 멸치젓) 담듯이 그득 들었고 맨 위에는 큰 돌덩이들로 눌러졌”다. 희생자들은 해녀였고 테우리(목동)였고 낮엔 산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 마을로 돌아와 생활을 챙긴 평범한 양민이었다. “풀잎 같은 인생도 짓밟히지 않고 한생을 누릴 세상만 바랄 뿐” “사상이고 이념이고 없었다.” 인민군무장대와 국방경비대 9연대 간 평화회담의 영문 모를 결렬과 49년 인민군무장대 총사령관 이덕구의 죽음까지가 책에 담겼다.

지은이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 신화, 해녀, 전통공예 등을 연구해왔다. 토박이의 발, 거주민의 눈으로 쓰인 제주의 자연과 풍습은 여행자와 거류민의 감상 이상이다. 700쪽의 이 뜨거운 역사소설이 알맞게 식은 음식처럼 잘 넘어가는 건, 역사가 연주하는 주선율에 문화의 반주가 충실한 까닭도 있다.

4·3을 공개적, 공식적으로 추념한 지 2년밖에 안 됐다. 한국에서 가장 큰, 가장 사랑받는 도(島)는 4월에 가장 아프다. 그 아픔을 제대로 소리내기 시작해야 한다. 돌아온 <한라산의 노을>이 선창을 했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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