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무빙
김중혁 지음/문학동네·1만4000원
김중혁 지음/문학동네·1만4000원
유쾌한 깊이의 문장가, 소설가 김중혁의 다섯 번째 산문집이다. 주제는 몸. <바디무빙>은 “어떤 식으로든 삶은 몸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라면 “몸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 김중혁식 ‘바디랭귀지’다.
아기(였던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 숨구멍이 있는 정수리부터 나오는데 이 책은 뭘로 얘기를 내놓을지 궁금했다. 손이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손으로 만든다. 음악, 그림, 춤, 문학이 그렇고 요리, 청소, 빨래 같은 일상예술이 그렇다. 손을 잡아 연대하고, 손을 걸어 맹세한다. 손은 정신적, 사회적 출생의 정수리와 같다. 지은이는 수영을 배우면서 손을 강렬하게 감각한다. 입 빼고 두 개씩 있는 신체부위 가운데 더 잘 쓰이는 쪽이 있는 ‘희한한’ 손. 왼손으로 물을 저으면 잘 나가는데 오른손으로 저으면 몸이 가라앉았다. 이유를 알았다. 오른손잡이라서 그랬다. 왼손으로 저을 땐 오른손이 안정적으로 앞에 나가 있어 안심이 되는데 반대일 땐 왼손이 앞에 있으니 심리가 불안해지기 때문. “오른손이 왼손을 믿지 못하는” 오른손잡이의 몸이 수영을 더 잘하려면? “어깨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팔을 흔들”면 된다. 그러면 “오른손이 왼손을 믿게 되고 물에 뜰 수 있다”. 물론 어렵지만 “그 말을 생각하면 몸이 조금은 부드러워”진다.
‘손목을 잡는다’는 표현도 의미가 심장하다. 손목은 “연약한 곳”이라 “내가 당신을 구하겠다는 상징적 메시지”라는 게 김중혁의 풀이다. 사람을 따라오게 하려면 다리몽둥이를 잡고 끌 일이 아니다. 손목을 잡으면 다리는 절로 움직인다. 단, 동의 아래, 가볍게. 살은 ‘살살’ 다뤄야 한다. 손목은 “흉터를 감추기 가장 힘든 부위”이기도 하다. 목숨을 스스로 끊을 때 손목에 상처를 낸다. “손목 긋는 일 없이” 서로 손목을 “붙잡아줘야 하겠다”.
책엔 영화, 드라마, 스포츠 등에서 발견한 몸에 대한 통찰 32편이 담겼다. 신체부위 열 군데에 관한 ‘믿거나 말거나 인체사전’과 작가가 직접 그린 카툰 ‘몸의 일기’ 여덟 편 등 볼거리도 넉넉하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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