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사춘기 시절에는 누구나 고민도 많고 각자 자기만의 성장통을 겪는다. 친구의 한마디에 송곳이 찌르는 것처럼 아픔을 느끼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일단 반대해보는 아이들도 있다.
<괜찮아, 인생의 비를 일찍 맞았을 뿐이야>는 사춘기 시절 ‘인생의 비’를 맞아 본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자신의 방황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청소년 교육기관인 살레시오회에서 헌신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김인숙 수녀가 가출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마자렐로센터에서 만난 아이들한테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언어로 경험을 풀어썼다. 24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지개처럼 다양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고통을 담았다.
친구들한테 좀더 세 보이고 싶어 몸에 문신을 했지만 나중에 그 문신 때문에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 친구가 이름이 아닌 ‘뚱땡이’라는 별명으로 불러 학교가 싫었던 아이, 아빠가 나를 진짜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어 사고를 친 아이, 다른 수업 땐 지루해하면서 한자 공부 시간만 재밌어했던 아이, 왕따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아이 등 사연은 다채롭다. 한명 한명 아이들이 ‘또 하나의 인숙이’처럼 보였다는 김인숙 수녀는 아이들의 아픈 지점이 어디인지, 왜 방황했는지도 짚어냈다. 아이들이 직접 친구들을 위해 썼다는 편지는 사뭇 진지하고 ‘인생 선배’로서의 진심 어린 충고가 담겼다.
책 중간중간 마자렐로센터 아이들이 최경희 교사의 지도 아래 그렸다는 그림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고, 살레시오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남민영 교사가 사랑으로 쓴 시도 함께 수록돼 구성이 다채롭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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