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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꽃 앞에 무릎 꿇는 황홀한 순간

등록 2016-07-01 08:38수정 2016-07-01 08:40

내게 꼭 맞는 꽃
이굴기 글·사진/궁리·1만8000원

“세상에 이름 모를 꽃이 어딨노?” 손수 식물도감을 만들기도 한 요산 김정한 선생에게 이름 모를 꽃은 없는 말이다. “아이들한테 동식물 이름 100개를 외우게 하면 심성공부에 아주 좋다네.” 언젠가 김우창 교수는 미국 시인의 말을 빌려 식물 공부를 권했다. “비닐봉지를 얼굴에 뒤집어쓴 듯” 산을 들고 나던 그는 적어도 꽃이름 100개는 중얼거리자는 결심에 식물 전문가들을 따라 ‘꽃산행’에 빠져든다. 사계절을 다섯 번 돌아, 그는 꽃 앞에서 무릎 꿇는 순간 가장 황홀해하는 ‘꽃바보’가 되었다.

<내게 꼭 맞는 꽃>은 출판사 궁리의 이갑수 대표가 꽃 앞에 엎드린다는 뜻의 ‘굴기’라는 필명으로 <경향신문>에 연재한 ‘꽃산 꽃글’을 묶은 84가지 꽃 이야기다.

식물에 관한 한 초보자라고 낮추지만, 세상의 모든 철학을 꽃과 나무로부터 얻는 듯한 그의 글은 식물학적 정보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잎자루가 잘록한 나뭇잎을 보며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그냥 툭 떨어지려 함일까 여기고, 매화 꽃자리가 무덤이 된 벌을 보며 햇살에 녹고 바람에 털리는 풍장의 진경을 본다. 지리산 깊숙한 바위틈에서 우주 신호를 포착하려는 듯한 접시안테나 모양의 바위떡풀, 땅에 바짝 붙어 바람도 피하고 지열을 이용해 겨울을 나려 로제트(rosette) 모양으로 변신한 12월의 달맞이꽃은 곧 인생 얘기다. 개별꽃, 남산제비꽃, 닭의장풀, 개불알꽃, 은꿩의다리, 노루오줌…, 한없이 작고 여리지만 저마다의 웅장한 세계를 간직한 이름. “저곳에 저것이 없다면 그 자리가 얼마나 휑하랴.”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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