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원 이야기
조항범 지음/예담·1만4800원
대중의 관심과 흥미는 높지만, 학계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분야. 국어학에서 이런 분야가 어원론이다.
기왕에 <국어 어원론>을 쓰는 등 우리말 어원 찾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온 조항범(58·사진)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우리말 어원 이야기>를 펴냈다. <다시 쓴 우리말 어원 이야기>(1997)에서 ‘다시 쓴’을 털어낸 개정판이라지만, 표제어를 130여개에서 104개로 정선하는 한편 풀이를 새롭게 하고, 배열을 자모순으로 바꾸는 큰 ‘공사’를 벌였다.
책을 보면,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곱창’은 꼬불꼬불해서 그런 이름을 얻은 것이 아니다. “곱창은 소 내장의 한 부위인 ‘소장’을 가리킨다. (그런데) ‘소장’이라 하지 않고 ‘곱창’이라 한 것이 특별하다. (…) ‘곱’은 어떤 뜻인가? 곱은 15세기에도 ‘곱’으로 나오며, ‘동물의 지방’을 뜻했다. (…) 소의 소장이 지방질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곱’을 이용하여 명명한 것이다. (…) 그런데 ‘곱’을 형용사 어간 ‘곱-〔曲〕’으로 보고, ‘곱창’을 ‘굽은 창자’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요즘 많이 쓰이는 ‘패거리’는 “1930년대 문헌에 와서야 비로소 확인”되는 말로, “‘끼리끼리 어울린 무리’라는 뜻의 ‘牌(패)’에 대한 낮춤말”이다.
어원은 “언어생활을 더욱 정확하고 풍성하게” 하는 바탕이지만, 어원 찾기는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혼자서 하기는 더욱 버거운 일일 수밖에 없다.
-어원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흥미가 있어서다. 국어사를 공부하다 1920~30년대 많은 연구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 어원론이 국어학의 자생적 역량이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국어학계에서는 가장 뒤떨어진 분야라 안타깝기도 했다.”
-공부하는 분들도 많지 않고, 학문적 성과도 드물다.
“대중의 관심은 높은데, 국어학의 여러 성과를 모으고 전 영역을 파악해야 가능한 분야다. 그래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최근엔 국어사가 높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 어원론 연구를 충실히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어원 연구와 관련한 계획이나 목표가 있는지.
“제대로 된 어원사전을 내는 것이다. 그간 (시중에) 나온 것이 몇 권 있지만, 그것을 보완하고 극복하는 신뢰할 만한 사전을 준비 중이다. 우리말 수십만 어휘 중에 어원을 알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확실한 단어로만 치면 몇천개 수준, 관용구나 속담도 몇백개 정도다. 언제 낸다고는 못 하지만, 수정·보완을 하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강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