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문화스포츠에디터석이 오랜만에 시끌시끌합니다. 리우올림픽 중계를 보던 스포츠팀 기자들이 환호성을 올리면,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책팀 기자들이 깜짝 놀랍니다. 고개 들어 경기를 보고 싶지만, 꾹 참습니다.
전국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이번주, 하필 어렵기로 악명 높은 미국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그의 책이 2권이나 동시에 발간되었더군요. 버틀러의 수사학·언어철학의 대표작인 <혐오 발언>(유민석 옮김, 알렙 펴냄)과 <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양효실 옮김, 시대의창 펴냄)입니다. 둘 다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그만큼 급진적이고 매혹적입니다.
2012년에 나온 <주디스…>는 유대계 미국인이자 현실참여적 지식인으로서 지은이의 정치적 견해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버틀러는 팔레스타인 난민과 유대인이 공존하는 기획을 제안합니다. 양쪽 모두 ‘추방’이라는 실존적 특성을 갖고 있다며 아렌트한테서 가져온 ‘동거’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나치는 자신들이 누군가를 선택해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구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학살 정책으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버틀러는 말합니다.
이번 올림픽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시리아 출신 등 난민팀이 결성되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들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용기와 힘이 평화와 연대에 대한 간절한 요청이 될 것”이라면서요.
평화와 연대를 만드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혐오·증오·적대에 맞서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언제나 약자가 먼저 용기를 내야 한다는 점이 모순이긴 합니다만 손을 뻗어 연결하고 지지해주는 이들 또한 있으니, 그런 사람들과 새 길을 찾으려고 책을 봅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