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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분배 악화, 외환위기 전에 시작됐다”

등록 2016-08-18 19:24수정 2016-08-18 20:05

한국의 소득분배-추세, 원인, 대책
조윤제 엮음/한울아카데미·2만3000원

우리나라에서 소득 분배가 악화된 시점을 대개 학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꼽는다. 그래서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 또한 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 지우곤 해왔다.

한데, <한국의 소득분배-추세, 원인, 대책>은 그런 부류의 ‘상식’을 뒤집는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등 이 책을 함께 쓴 필자들에 따르면, 한국에서 소득 분배 악화는 외환위기 이전인 90년대 초·중반에 시작됐다. 이 시점에 이미 소득 분배의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 소득 집중도를 반영하는 10분위 소득 배율,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중산층의 비중 변화를 보여주는 통계에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상위 1%의 소득 집중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반면 그외 계층의 소득은 정체 또는 감소 양상을 드러냈다.

이런 변화는 “산업·인구·노동시장 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92~97년 중국 등 저임금 국가의 ‘추격’이 본격화하면서 섬유·신발 등 비숙련·단순노동 제조업 고용이 42% 감소했다. 방출된 근로자들은 음식·숙박업, 소매업 등 생계형·저생산성 서비스업으로 대거 이동했는데, “이것이 전반적으로 소득분배를 악화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체 가계 구성에서 소득이 없거나 소득 수준이 낮은 60살 이상 퇴직자 가구주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저소득층 대부분이 노인가구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2013년 기준으로 5~299명 규모 기업은 대기업의 62% 수준을 보였다.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은 정규직의 53.5%(2013년 기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대기업 근로자들이 받는 각종 복리비·상여금을 보태면 간극은 더 벌어진다. 직종별 임금 격차도 90년대 중반 이후 점차 더 커지고 있는데, 미국 등에서도 크게 문제가 됐던 기업 고위 임원의 임금 프리미엄 상승이 가장 두드러졌다.

필자들은 진단에 곁들여 처방도 내놨는데, 국가가 조세와 재정지출 양면에서 소득 분배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소득세율은 낮지 않은데도 개인소득 세수가 적은 까닭은 감면 수준이 높고 자영업자 징세가 아직도 성긴 탓이니 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고려하면 세원이 넓고 지속 가능성이 큰 “부가가치세 면세 축소, 세율 인상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여전히 ‘철밥통’인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유연성 확보와 중소기업의 생산성 제고 노력도 대안에 들어 있다. 또 노령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불가피해진 정년 연장을 감안해 임금 체계도 기존의 연공 대신 직무 중심으로 바꾸고, 저소득층 대부분이 은퇴 노인가구로 바뀌고 있는 만큼 그 대책 또한 청년 취업 장려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연금제도 강화 등 “노인정책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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