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면, 막 죽은 사람들(영혼들)이 나옵니다. 연옥에 머무는 이들은 생전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질문받게 되지요. 감독은 실제 500여명의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는데, 비슷한 대답이 많았다고 합니다. 한줄기 바람을 느꼈을 때, 솜털구름을 보았을 때, 흩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았을 때 등등.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더숲) <인디언의 속삭임>(세미콜론) <한국 식물 생태 보감 2>(자연과생태)는 자연을 대하는 섬세한 감각과 지혜, 경외심이 돋보이는 이번주의 책들입니다. 추석 전후 발생한 지진을 떠올려보면, <재난에서 살아남기2>(이상미디어)도 봐둬야 할 듯합니다. 비상용 가방에 챙겨둘 물건들, 건물 안에서 지진을 만났을 때 대처법 등 안전수칙을 담은 책이니까요. ‘각자도생’은 국가도 사회도 그 누구도 남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신자유주의의 철칙’ 아니겠습니까. ‘혼밥’ ‘혼술’은 혼자라도 즐길 수나 있지요. 이 시대는 각자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괴롭기만 한 ‘혼생’의 처지로 모두를 내몰고 있습니다.
영문학자 김욱동의 <인디언의 속삭임>을 보면, 인디언들은 자연과 우주 전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바호 족의 기도문 속에서 ‘나’는 산맥, 약초, 전나무, 아침 안개, 구름, 이슬방울의 일부가 됩니다. 크리 족은 유명한 종말론적인 경고를 남겼지요. “마지막 나무가 사라지고 난 뒤에야/ 마지막 강물이 더럽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비로소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이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샤이엔 족 사람들은 이렇게 기도했나 봅니다. “부디, 우리에게 평화를 알게 하소서.”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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