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과학·철학 저작 25권 리뷰
“과학공부 목표는 지식쌓기 아니라
사회와 자신의 삶 성찰 계기여야”
“과학공부 목표는 지식쌓기 아니라
사회와 자신의 삶 성찰 계기여야”
정인경 지음/여문책·1만7800원 <총, 균, 쇠>. ‘퓰리처상’을 받은 재레드 다이아몬드(79)의 대표 저작. 번역본이 나오고도 십수 년이 지난 2013년, 서울대생들이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본 책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새삼스럽게 ‘대박’이 났다. 그 뒤로 한 1년간 이 책은 각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고, “지금도 월 500부 정도는 꾸준히 나가는 스테디셀러”(문학사상사 관계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팔려나간 <총, 균, 쇠>는 어떻게 됐을까? <과학을 읽다>를 쓴 정인경씨의 경험담이다. “어느 날 출판사 편집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등은 좋은 책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기는 어려운 책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편집자들이 말하는 과학 베스트셀러는 ‘절대로 읽지 않을(못할) 책’이지만 집 책꽂이에 꽂아두는 책들이었다.” 서재 장식에 좋은 책, 그러나 읽지 않는(을) 책, 그럼에도 읽으면 좋을 책들을 나름의 안목으로 고르고 읽은 뒤 정씨는 이 책 <과학을 읽다>를 썼다. 예를 들어 그가 읽은 <총, 균, 쇠>는 이런 책이다. “무엇이 인류의 행복을 증대시켰고 무엇이 역사의 진보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진지하게 다시 묻고 있는 것이다. 그의 책은 역사가 진보한다거나 역사에 법칙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 지금까지 서양 역사학이 ‘그래야 한다’는 당위와 목적을 추구했다면 <총, 균, 쇠>는 ‘그래 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인류사 전체를 종횡하는 이 거대서사를 통해 단순히 ‘우리의 과거는 이랬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핵확산,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인구 증가, 전염병, 생태계 파괴 등 과학이 풀어야 할 인간 존재의 가장 절박한 문제들을 적시하고, 해결의 시간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음을 경고한다. 즉 ‘세계는 무엇인가’라는 과학적 사실만이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삶의 목표와 태도도 함께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프리즘 실험을 하고 있는 뉴턴. 그는 이 유명한 실험을 통해 빛은 백색이 아니라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색깔을 가진 ‘스펙트럼’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로써 빛은 순수하고 단순한 것이어야 한다는 당시 과학계의 인식과 일반 상식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문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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