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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사회’ 떠받치던 법 지배 무너져…약자는 피고가 된다

등록 2016-10-06 19:20수정 2016-10-06 19:42

잠깐 독서
피고가 된 사람들-왜 국가와 기업은 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가?
토머스 게이건 지음, 채하준 옮김/안티고네·1만5000원

언제부터인가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증가하고 소송비용도 계속 늘어났다. 노조나 노동자가 아무리 정당한 권리로 파업을 해도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이 뒤따른다. 노동자가 회사 일을 하다 병들거나 죽어도 회사가 선뜻 보상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는 지루한 소송전을 치러야 한다. 병원과 사립학교는 소송으로 환자와 학생들을 빈털터리로 만든다.

<피고가 된 사람들>은 소송이 넘쳐나는 건 ‘법의 지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은이는 미국 사회에서 소송이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노조 붕괴, 투표율 하락, 감옥의 증가를 꼽았다. 노조가 붕괴하면서 사회를 지탱해오던 많은 긍정적인 법들이 사라지거나 수정됐다. 1950년대 미국의 민간부문 노동자 중 34%가 노조에 가입했지만, 2005년에 노조 가입률은 7~8%로 줄어들었다. 노동자는 자유롭게 노조에 참가할 권리를 잃었고, 노동 운동 붕괴 이후 노동자 해고는 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사람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노동법의 붕괴와 관련이 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노조가 없어질수록 사람들은 공공의 삶에서 멀어지게 된다. 투표하고 일을 해도 연금은 줄어들고 의료 혜택은 점점 축소되어 불안한 상황에 직면한다. 급기야 ‘투표해서 뭐하냐’며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게 되면서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우파의 정책이 미국을 소송하는 사회로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상류층을 견제하고 중산층을 보호하던 법들이 붕괴된 탓에 상위 1%가 국민소득 증가분의 25%를 가져간다. 결국 규제를 더 많이 완화할수록 약자들은 더 많이 법정에 서야 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진다. 더 이상 동일한 법의 지배를 받는다고 보기 힘든 현실에 직면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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