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지리산 시인’ 박남준 찾아
“미묘하고 순한” 밥먹으며 ‘치유’
신이 난 문장들 읽는 것도 별미
“미묘하고 순한” 밥먹으며 ‘치유’
신이 난 문장들 읽는 것도 별미
공지영 지음/한겨레출판·1만4000원 책 제목 ‘시인의 밥상’은 지리산에 사는 ‘버들치 시인’ 박남준(59)의 밥상을 말한다. 박 시인이 산문집 출판을 마다해 공지영의 문장으로 박남준의 밥상이 공개 겸 출판된 셈이다. 박남준 시인은 1984년 등단해 시집 8권을 냈고 ‘천상병 시문학상’(2011), ‘아름다운 작가상’(2015) 등을 받았다. 공지영은 “그의 삶이 그의 글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느낀다”고 한 추천사에 썼다. 작품의 아름다움과 작가의 인간적 아름다움, 그 사이에서 많은 이가 아찔해하는 요즘은 미문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쓴 글에 더 허기진다. 시인의 별명인 버들치는 ‘1급수 지표종’ 민물고기다. 공지영의 ‘지리산 오매불망’엔 버들치 시인 비중이 큰 것 같다. 그는 이렇게도 썼다. “돈, 명예, 권력, 허영 들이 똥, 풀, 물고기 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생명은 지친 몸으로 돌아와 월계관을 쓴다. 세상 만물이 제자리에 놓이는 순간 치유가 시작된다.” 박남준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여름까지 공지영과 박남준, 그리고 ‘내비도’ 교주 최도사, 가수 진진, 사진작가 숯팁, 거제도 제이(J)는 지리산·거제도·전주·거문도·평창·서울 등 전국을 다니며 밥상을 차린다. 일행은 거문도에서 소설가 한창훈과 합류해 항각구국(엉겅퀴 갈치국)과 해초비빔밥을, 전주에서 콩나물국밥과 굴전을, 거제도에서 볼락 김장김치 보쌈을 먹는 호사를 누린다. 거기에 초록 토마토 장아찌, ‘누구와도 다른 가지선’, 복통도 낫게 하는 갈치조림, 식물성 식감의 낙지, 진달래화전, 생감자셰이크, 유채가 들어간 도다리쑥국 같은, 전국을 쏘다녀도 맛보기 힘든 ‘지리산 명물’ 박남준의 집밥도 받는다. “우리들은 모두 코를 박고 먹었다. 조용했다. 모두! ‘우리 너무 잘 먹고 잘 노는 거 아닌가?’ 우리 중의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자 또 누군가가 대꾸했다. ‘그러면 좋은 거 아니야? 지금 여기서 잘 먹으면 됐지, 감사한 거고.”
박남준 시인이 차려낸 소박하고 순한 밥상.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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