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근 지음/텍스트·1만2000원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책읽는고양이·1만3800원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말은 흘러간 옛 노래의 후렴구처럼 들린다. 계절 불문, 나이 불문 책과 담을 쌓아가는 이 시대에 책 읽기를 권하는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두 저자 모두 헌책방 주인인 데다 좋아하는 철학자가 비트겐슈타인이라니 우연치곤 묘하다.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는 서울 응암동에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란 서점을 운영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낸 윤성근씨가 쓴 ‘독서 입문자를 위한 길라잡이’다. 큰 제목보다는 ‘망설이는 당신을 위한 독서 제안들’이란 부제에 지은이의 의도가 더 뚜렷이 담겨 있다. 어릴 적부터 문자중독 증세를 보였고, 대학 졸업 후 정보기술(IT) 기업을 거쳐 10년간 헌책방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종내 헌책방 주인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를 그저 가게 주인 정도로 생각한다면 심각한 오해다. 그는 한달 평균 60~70권을 거뜬히 읽어내는, 어느 누구보다 ‘덕후스러운’ 독서광이다. 그래서 책의 절반 이상을 독서 방법론에 할애하고 있다. 윤씨는 책에 재미를 붙이는 구체적인 비결로 요즘 유행하는 전자책 말고 전체를 개괄할 수 있는 종이책을 볼 것, 신뢰할 만한 사람이 추천한 책이나 출판사의 도서목록에서 고를 것, 조금 공력이 붙으면 맘에 드는 저술가나 작가의 책을 전부 찾아 읽는 ‘전작 읽기’를 시도해볼 것, 예를 들어 유럽의 혁명기를 다룬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읽는다면 거기에 에릭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나 볼테르의 저서를 곁들여 읽을 것(‘문-사-철 독서법’), 선입견 없는 독서를 위해 무조건 본문부터 읽을 것, 책에 밑줄은 긋지 말 것을 추천한다. 이어 특유의 경험에서 창안해낸 ‘뒹굴 독서법’, 눈길 한 번에 5~6줄 읽고 내용 이해하기 등 ‘달인’ 수준의 비법을 따라가다 보면 적당한 소음, 즉 ‘화이트 노이즈’를 이용해 집중력 높이는 비결, ‘점착 메모지’(포스트잇)와 독서카드 작성·활용법을 거쳐 지은이가 고르고 골랐다는 ‘궁극의 (독서) 리스트’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고 ‘다독’을 권하지는 않는다. 윤씨가 생각하는 독서의 목표는 ‘성찰’이다. “책 읽기는 무엇을 계속해서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이미 갖고 있던 것을 버리기 위해 읽는 게 맞습니다. (…) 지금까지보다 더 천천히 움직이고, 느리지만 깊은 사색을 품기 위해 책이 필요합니다.” <되찾은: 시간>은 서울 금호동에서 중고책방 겸 작은 출판사 ‘프루스트의 서재’를 열고 있는 박성민씨의 2015년 “생존일기”다. 책은 사업자등록증을 찾아온 지난해 1월2일 일기에서 시작해 시드니의 온화한 날씨를 상상하는 12월28일치 일기로 끝이 나는데, 윤씨의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책 읽기를 말한다. ‘간판 장인’인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준 간판을 달고, 중고책 파는 북카페를 모색하며, 때로 100권의 책을 기증하는 좋은 이웃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하루 매상 4000원에 가슴이 시린 작은 책방 주인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 이 일은 ‘특별한 사명감’ 때문이 아니라 책이, 책방이 “그냥 좋아서, 맞아서” 하는 일이다. 그가 ‘되찾은 시간’은 남의 시선과 기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여유일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동네서점이 새롭게 보인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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