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며칠 전부터 머릿속에서 무한 재생되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수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후크송이 따로 없어 일하기 힘드네요.
신간 <한국인의 거짓말>(김형희 지음, 추수밭)에도 자연스럽게 눈이 갔습니다. 심리 연구가인 지은이는 이 책에서 1038개 거짓말 사례를 분석합니다. 한국인만의 독특한 거짓말 신호를 가려낸 것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안면비대칭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비대칭 표정’은 좌우 표정이 어긋나버리는 경우를 뜻합니다. 진실을 말하고 싶은 욕구와 거짓말을 하려는 신호가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지은이는 추측합니다. 성별로 보면 거짓말을 할 때 여성은 짧게, 남성은 길게 말한답니다. 남성은 거짓을 은폐하려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여성은 정보 자체를 아예 차단하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해당하는 건 아니겠죠.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유력일간지 논설주간(백윤식)이 신문을 받으며 “팩트에 대해서만 질문해 주세요. 소설은 그만 쓰시고”라며 눈을 깜빡입니다. ‘동공지진’과 눈깜빡임도 거짓말의 신호라 하네요. 그래도 능숙한 거짓말쟁이들은 눈 깜짝 않고 거짓말을 하고, 가짜 눈물도 쉽게 보인답니다. 천연덕스럽지요.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은 남의 거짓말에 속지 않고, 거짓말을 잘 해서 남을 성공적으로 속이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짓말을 피하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지금 쏟아지는 권력자들의 거짓말에는 관대해질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국민을 향한 사랑도, 사과도 모두 거짓말. 신의를 배반한 것 아닌지요. 이제 제 머릿속에서는 <사랑의 배신자>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슬픈 노래는 그만 틀고 싶은데 말입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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