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똥값되는 말, 금값되는 말

등록 2016-12-01 19:31수정 2016-12-01 23:47

책거리
국민들이 피로를 무릅쓰고 주말이면 추운 거리로 나갑니다. 민주 시민 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너무 추울 땐 책방에 들러 몸을 녹이고 책구경도 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주엔 엄정하게 현실을 보고 냉정을 되찾게 해 줄 좋은 신간이 많습니다. 그 중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엄기호)와 <정상 인간>(김영선)을 먼저 읽었습니다. 책들을 보면, 이 시대 말의 위상과 구실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나옵니다. <…리셋…>에서 지은이는 말이 완전히 무력화 되었다고 했습니다. 말이 똥값이 되고, 방귀보다 못한 것이 되면서 “그 말 같지도 않은 말”이 “말로 이루어지는 공통의 세계”를 파괴했다 했습니다. <정상 인간>의 지은이는 현실과 다른 상상이나 삶의 기획을 가로막는 담론들이 반복 출몰한다고 꼬집습니다. “대항하는 언어를 ‘발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최근 값이 떨어져 차마 원래 뜻대로 쓸 수 없게 된 말은 한둘이 아닙니다. 국익, 순수, 질서, 예의, 문화, 융성, 창조, 선의, 용서, 자괴감, 간절함, 솔직함 등등 오염된 말들을 헤아리기가 힘들지요. 반대로, 말의 가치를 높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평생 정치인들에게 속고만 살았다는 부산의 ‘속고 아줌마’, “순실이 아닌 진실이 듣고 싶다”는 여고생들, “당신들이 휘발유라서 우리 촛불은 절대 안 꺼진다”던 광화문 청년, “내가 이러려고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든다”고 한 초등학생 말입니다. 패러디 깃발로 말하는 민주묘총, 전견련, 국경없는 어항회, 전국설명충연합회도 지지합니다. 주디스 버틀러가 말했듯, 경멸과 비하를 대차게 되받아치는 언어적 상상력을 더 강하게 발휘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그 도구가 될 만한 훌륭한 책들을 지면에 소개하오니 부디 즐겁게 봐주세요.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서울어린이대공원 땅밑에 조선시대 말 목장이 묻혀 있었다 1.

서울어린이대공원 땅밑에 조선시대 말 목장이 묻혀 있었다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2.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뮤지컬이 된 ‘100층짜리 집’…일본 원작자 “기발하고 놀랍다” 3.

뮤지컬이 된 ‘100층짜리 집’…일본 원작자 “기발하고 놀랍다”

‘코미디·오컬트·로맨스’ 박 터지는 설 극장가 누가 웃을까 4.

‘코미디·오컬트·로맨스’ 박 터지는 설 극장가 누가 웃을까

최수종, 고독사한 이미지에 “좋은 배우 넘어선 사람이었다” 5.

최수종, 고독사한 이미지에 “좋은 배우 넘어선 사람이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