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최근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집계를 보면, 올 한해 종이책 판매 점유율 1위는 40대 여성(23.6%)이 차지했습니다. 2위는 30대 여성(17.8%), 3위는 20대 여성(16.5%), 4위는 30대 남성(12.3%) 차례였지요. 여성들이 남성보다 훨씬 책을 많이 산다는 건데, 실감하시나요?
이번주 소개한 <미녀, 야수에 맞서다>(사회평론)의 지은이 엘렌 스노틀랜드는 말합니다. “사상은 위험하다.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수세기 동안 여자를 교육에서 배제한 까닭이죠. 지은이는 혁명가 올랭프 드 구즈의 일화를 들려줍니다. 1791년 ‘여성 인권 선언문’을 쓴 그는 프랑스대혁명의 자유·평등·박애가 남성만의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자코뱅당이 맹렬한 ‘혁명 여성들’을 멸시하고 철저히 배신했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의 책 읽기까지 금하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여성 시민권을 주창한 죄로 사형에 처해진 올랭프 드 구즈. 그는 단두대에 올라 여성들에게 마지막으로 외칩니다. “그대들은 혁명에서 어떤 이득을 얻었습니까? 더욱 적나라한 모욕과 경멸을 얻었을 뿐입니다.”
<미녀…>의 지은이는 미인 대회 우승자만이 아니라 책벌레 여성, 저평가 되는 여성 지식인 등 모든 여성이 ‘보이고 들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비슷합니다. 훗날 역사 속에 세월호 ‘골든타임’에 올림머리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만 ‘여성’이라고 기술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박 대통령, 최순실 일가뿐만 아니라 신문 보는 여성, 책 읽는 여성, 광장에 선 성난 여성들의 모습이 모두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분노하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남아 메아리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올랭프 드 구즈의 말이 이렇게 되돌아오지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대들은 광장에서 어떠한 이득을 얻었습니까?”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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