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내년엔 분발해야겠습니다. 올해 산 책들을 세어보니, 작년보다 수십권이나 적군요. 고백하자면, 산 책들을 모두 다 읽지도 못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완독을 해도 금세 내용을 잊어버린다는 겁니다. 이럴 땐 다른 이와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게 도움이 될 텐데요.
나와 ‘다른’ 사람이나 평소 좋아하던 것과 ‘다른’ 책을 만나면 편견이 깨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습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 유명한 지은이 채사장도 신간 <열한 계단>에서 ‘불편한 지식’을 강조하더군요. 그런 지식만이 자기 내면을 흔들어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수긍했습니다. 자기만의 성에 갇힌 채 늙어가다 보면 다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자기 잘못도 모르는 ‘수구 꼰대’가 되기 십상일 테죠.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가 여럿이군요.
각설하고, 낯선 곳으로 여행하는 일도 내면을 흔드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성찰의 기회를 만나게 될 테니까요. 통영의 작은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낸 인문여행서 <통영을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예술 기행>은 통영 역사와 문화 교류, 예술 이야기 등을 담았습니다. 윤이상, 백석, 이중섭, 정지용 등 통영과 사랑에 빠진 예술가들과 갓, 발, 나전, 소반, 승전무 등 중요무형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도 격이 높습니다. 출판사와 통영길문화연대가 3년 동안 발로 뛰며 만든 통영 문화 지도도 만나보시죠.
미술 기행서 <작품의 고향>을 보면, 통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랑한 곳이기도 했네요. 구십의 노화가 전혁림이 펄펄 날면서 그렸다는 <통영항>은, 청와대 벽에 걸려 있다가 이명박 대통령 때 떼냈다고 합니다. 이제 고인이 된 작가가 “삶을 갈아 만든 색”이었다는 ‘코발트 블루’는 신선한 충격입니다. 청와대의 푸른 기와는 댈 것도 아닙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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