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지난 7월13일, 출판·독서계 인사 50여명이 서울시 청사 지하 태평홀에 모였습니다. 100년 전통의 종로서적 부활을 논의하는 ‘종로서적 재창건을 위한 발기인 모임’을 공식 제안한 것이죠. (<한겨레> 책과생각 7월15일치 커버) 2002년 문닫은 종로서적은 100년 전통의 대형 서점이었습니다. 80~90년대 지식인, 문화 인사들이 모여들고, ‘가두투쟁’에 나선 대학생들이 시위를 약속한 시간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곳이었으며, 미팅 약속 장소로도 그만이었답니다. “시집 코너에서 만나요.” 두근대며 상대를 궁금해했겠죠.
종로서적이 다시 ‘부활’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23일 문을 연 새 종로서적은 예전 종로서적과는 조금 다른가 봅니다. 옛 종로서적의 대표가 새 서점주에게 ‘종로서적’이란 이름을 쓰는 것은 “기망”이라고 반발하고 나섰으니 말입니다. (<한겨레> 28일치 16면) 그러고 보니, 출판계가 구상한 조합형과도 차이가 있군요. 그래도 김언호 한길사 대표의 말대로 시내에 서점 하나 더 생겼다는 건 괜찮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이상하고 씁쓸한 일이긴 합니다만.
서울에 ‘만남의 장소’로 종로서점이 있었다면, 대구엔 그 즈음 제일서적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곳에서 여러 선후배들을 만나곤 했죠. 주위에 물어보니 전주에는 홍지서림, 대전에는 문경서적, 인천에는 대한서림, 광주에는 충장서림이 그런 곳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라진 책방도 있지만, 폐업을 결정했다가 시민들의 성원으로 재개장한 곳들도 있네요. 서점들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찾아 읽다보니 공연히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소중한 서점을 오래 곁에 두는 길은, 자주 가는 것이겠죠. 연말입니다. 내년엔 거기서 만나요! 시집 코너에 있겠습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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