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한겨레> 책지성팀은 아주 오래전부터 ‘통독’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읽으라고 ‘신입’들에게 조언하곤 했지요. 마감을 재촉하는 데스크들은 빨리 기사를 넘겨야 하니, 책을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책팀의 원칙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전통의 고집’을 꺾긴 힘들었습니다. ‘바르고 빠른 글’은 기자의 숙명인데 ‘바른 글’을 쓰려면 ‘취재’인 독서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맞섰으니까요. (‘빠른 글’을 쓰느냐고는 묻지 마세요.)
각자 쓸 책을 배정받으면 그때부터 혼자만의 싸움입니다. ‘책과 생각’은 다른 신문사보다 매주 발행일이 하루 빨라 마음이 급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싸우듯이 읽고 진하게 대결하는 방법뿐이죠. 독서에 방해가 된다며 전화기를 끄고 도서관에 틀어박힐 수도 없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늘 성공적인 것도 아니지만 하는 데까지 해보는 겁니다.
<서평쓰는 법: 독서의 완성>(유유 펴냄)에서 지은이 이원석은 “독후감이 독백이라면 서평은 대화”라고 했습니다. 혼자 쓰고 끝내는 독후감과 달리, 서평은 글 읽는 독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요. “서평 쓰기의 일차 가치는 내면 성찰”이라고도 했는데, 임기 내내 책 읽기로 힘을 얻었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터뷰가 떠오르더군요.
이번주도 여러 권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짧게 썼다 해서 결코 부족한 책들이 아니라는 점만은 알아주시길. 1000여쪽에 이르는 분량이라 마감 때까지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거나, 잘못 읽어 오보를 내느니 핵심만 간추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는 수도 있으니까요. 써놓고 보니 변명 같군요. 아니, 솔직히 변명입니다. 늘 부끄럽다는 얘기지요.
(※ 이 글은 동아시아 출판사 한성봉 대표님의 페이스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을 밝힙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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