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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중세, 블레이크, 블랙리스트

등록 2017-02-16 18:53수정 2017-02-16 20:06

책거리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켄 로치 감독)를 망설이다 보았습니다. 심장이 좋지 않은 다니엘은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런데 쉽지 않죠. 정부 지원은 아주 제한적이니까요. 복잡하고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밟다 자존심이 상한 블레이크는 선별복지 시스템에 저항하고, 그 때문에 ‘제재 대상’에 올린다는 ‘협박’을 받습니다. ‘블랙리스트’나 다름 없습니다.

최근 특검 공소장에 적힌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 명단을 보면, 이송희일 영화감독의 이름이 나옵니다. (6면 ‘이송희일의 자니?’ 참조) 2016년 예술위 심의위원 풀에서는 수십명의 작가·평론가가 ‘선정배제’ 되었는데, 이 중 책지성팀 최재봉 선임기자의 이름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암흑기’라는 중세보다 더한 일 아닙니까.

이번주로 ‘박승찬의 다시 보는 중세’ 연재가 끝을 맺습니다. 1년 동안 수준 높은 ‘중세 여행’의 길잡이를 해주신 박승찬(가톨릭대 철학)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중세는 ‘암흑기’긴커녕, 학문과 문화예술의 금자탑을 이룬 시기더군요. 아우구스티누스는 “정의 없는 국가란 거대한 ‘강도떼’”라 밝혔고 성 프란치스코는 부와 권력에 저항하고 불의를 꾸짖은 스승이었습니다.

푸코의 설명을 보면, 중세까지 권력은 사람들을 죽게 하고 살게 내버려두었습니다. 공개적으로 죽음을 보여주어 권력을 과시했다는 겁니다. 반대로 근대 권력은 사람들을 살게 하고 죽게 내버려두었습니다. 죽임을 전시하는 대신, 정교하게 삶을 관리한다는 거죠. 끝내 복지급여를 받지 못하고 쓰러진 다니엘처럼 말입니다. 문화예술계나 학계를 다루는 방식도 이와 같았습니다만, 쓰러지는 건 이들만이 아니겠죠.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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