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사랑은 어떻습니까

등록 2017-03-02 18:47수정 2017-03-02 19:46

책거리
철학자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가 새 책을 냈습니다. 2015년 방한 때 만난 한 교수는 지식인들의 탈정치화를 염려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신간 <타자의 추방>(문학과지성사)에서 그는 ‘타자’를 잊고 사는 문제를 철학적으로 분석합니다. 타인이 존재하지 않는데, 과연 무엇에 저항한단 말인가? 질문을 던지며 그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공동체”도 도마 위에 올리죠. 그 속에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만날 수 있을 뿐, 정치적 차원에서 타인의 고통에 참여하려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나르시시즘적 인간만 있고 타자가 사라진 일상의 감옥 안엔 사랑도, 예술도, 혁명도 없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젊은 철학자 스레츠코 호르바트는 <사랑의 급진성>(오월의봄)을 통해 사랑과 혁명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 이 숙명적인 만남으로 인해 일상의 좌표가 변경되리라는 점을 알면서도, 오히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만남을 갈구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입니다. 겁 없이 타인의 고통까지 함께하겠다며 덤볐다가 울고불고하게 되리라 예상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하지만 기꺼이 각오하고 뛰어든다는 점에서 사랑, 혁명, 정치는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내로라하던 지식인들이 인생 후기에 이르러 우스꽝스럽게 미디어에 등장하거나 밑도 끝도 없이 나르시시즘에 빠져 황당한 주장을 펴는 것을 종종 봅니다. 생활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무소유’가 아니라 생각의 미니멀리즘을 전개하는 ‘무사유’의 시대가 온 건가요.

그럴 땐, 굳은 머리와 둔한 감각을 깨 줄 ‘사랑’이 방편으로 어떨까 합니다. 이승우 작가의 새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예담)를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람은 사랑을 그저 실어나르는 기계나 그릇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교양을 한번 시험해보는 측면에서라도 말입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나솔 23기 정숙, ‘조건만남 절도’ 의혹…제작진 사과·영상 삭제 1.

나솔 23기 정숙, ‘조건만남 절도’ 의혹…제작진 사과·영상 삭제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2.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전세계 출판인들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에 한국 작가들도 동참 3.

전세계 출판인들 ‘이스라엘 보이콧 선언’에 한국 작가들도 동참

‘비밀의 은행나무숲’ 50년 만에 첫 일반 공개 4.

‘비밀의 은행나무숲’ 50년 만에 첫 일반 공개

[단독] “지코 추가해”…방시혁 ‘아이돌 품평 보고서’ 직접 공유 지시 5.

[단독] “지코 추가해”…방시혁 ‘아이돌 품평 보고서’ 직접 공유 지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