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도쿄 특파원으로 떠나게 된 조기원 기자에게 책 두 권을 건넸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사와 역사교과서 문제를 담아 자료 가치가 있는 책들입니다. 곧 미국으로 연수를 가는 황상철 기자에게 어떤 책을 들고 태평양을 건널 참인가 물었더니 박종현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플라톤의 책 일고여덟 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말 정년퇴임한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선배는 요즘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이도스)를 탐독중이라고요.
삶의 전환기나 역사의 환절기에 손에 쥐게 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절대 버리지 못하고 죽자고 짊어지고 다니는 책들도 있죠. 제 경우엔 시인 김남주가 옮긴 프란츠 파농의 <자기의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1978, 청사)과 1980~90년대 국내 소설 몇권, 시집 몇권, <정의론> <자유론> <국가론> <자살론> <자본론> 등 각종 ‘론’들입니다.
<정의론>은 존 롤스와 로널드 드워킨의 책을 갖고 있습니다. 이 중 드워킨을 편애하는데, 책의 원제는 ‘고슴도치들을 위한 정의’(Justice for Hedgehogs)입니다. (2015년 4월17일치 ‘책과 생각’ 서울대 김도균 교수 서평 참고) 법철학의 대가인 지은이는 결말에 이르러 이런 말을 합니다. 부가 중요하다고 사악한 거짓말들을 하지만 부자라고 더 잘 살 수는 없고, 부정의는 ‘타인 경멸의 정치’로 유지되며 정의는 자유를 위협한다기보다 오히려 확장한다고 말입니다.
이 나라 역사의 중요한 한 장을 넘기는 전환의 날, 저는 이 책을 손에 쥐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책을 드시겠습니까. ‘책과 생각’은 오늘, 정의와 관련 있는 책들을 면 머리에 다수 배치했습니다. 책지성팀이 최선으로 준비한 존 버저, 칼 폴라니, 촛불과 태극기 이야기가 최고의 독자들을 기다립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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