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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불사의 절대자를 추구하는 인간적 클론

등록 2017-04-27 19:58수정 2017-04-28 16:31

아스타틴
장강명 지음/에픽로그·8000원

장강명(사진)이 중편 에스에프 소설 <아스타틴>을 펴냈다. 목성과 토성의 위성들을 배경 삼은 이 소설의 제목 ‘아스타틴’은 방사성 원소의 이름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죽음과 부활을 거듭하며 영생을 꾀하는 절대자와 같은 존재를 가리킨다. 주인공 사마륨은 아스타틴의 유전자를 복제하고 기억을 이식해 만든 후계자 후보 열다섯 중 하나. 그는 나머지 형제들과 ‘3대 아스타틴’ 자리를 놓고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친다.

“격정, 급한 성미, 모험심, 독립심, 대담함, 승부 근성, 과시욕, 그리고 망설임 없는 공격 의지. 그것이야말로 아스타틴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수백년 전 싱가포르에서 천재로 태어나 거의 혼자만의 힘으로 목성과 토성을 개척한 1대 아스타틴의 이런 유전적 특질은 그의 기억과 함께 사마륨을 포함한 열다섯 후보에게 고스란히 이식된다. 외관은 물론 지능과 성격도 닮은 열다섯 개체는 그러나 후계 지위 쟁탈 과정에서 각자의 개성과 장단점을 드러내며 개별화한다. 결정적인 사건은 사마륨이 목성의 위성 이오의 분화구 안에 은신한 형제 툴륨을 찾아갔을 때 발생한다. 툴륨이, 1대 아스타틴이 가장 이상적인 여성으로 창조했으나 아무리 해도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데에는 실패하자 버려둔 채 떠난 여자 에오스와 자족적인 사랑의 왕국을 꾸린 모습을 확인한 사마륨은 그 자신 에오스와 사랑에 빠진 나머지 툴륨을 제거하고 에오스에게 구애하나 실패하고 만다.

“당신의 아스타틴스러움 때문에 내가 당신을 좋아하지 못하나 봅니다. 아스타틴스러움에 있어서 툴륨은 당신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에 내가 좋아했던 거고요.”

‘아스타틴스러움’을 아스타틴과 같은 능력과 기질이라 한다면, 툴륨의 상대적 무능과 권력의지 결여가 오히려 에오스의 사랑을 얻게 한 장점이었다는 것. 사마륨의 구애를 거절하며 에오스가 들려준 이 말은 그의 세계관을 뿌리째 뒤흔든다. 그 뒤 사마륨은 “나는 아스타틴보다 나은 인간이 되고 싶었다”고 토로하는데, 이것은 그가 툴륨 및 에오스와 만남 이후 인격적으로 한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스타틴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형제들의 도전에 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스타틴 이상’을 꿈꾸는 사마륨의 싸움은 과연 성공할까. 장강명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추리와 로맨스, 스릴러가 플롯에 대한 사고 실험이라면, 에스에프와 판타지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상상이자 실험”이라며 “작년에 낸 스릴러물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 이어 앞으로는 추리소설과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최재봉 기자,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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