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대선 토론회에 나온 정치인들의 언설을 접하면서 의아했습니다. 왜 저들은 상대를 가리켜 “우리 아무개 의원님” “우리 아무개 후보님”이라고 일컫는 걸까. 정치인들은 전장의 ‘적’조차 ‘우리’라고 포섭하지만, 누군가는 ‘시민’ ‘국민’이라는 집단 호명 속에서도 ‘우리’로서 공존할 것을 허락받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죠.
다큐멘터리 사진가 10명이 함께한 사진집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루페, 김봉규 외)는 ‘촛불 광장’과 그 광장을 낳은 2013년 이후 세월호, 밀양 송전탑, 국정역사교과서, 노인빈곤 등 4년의 사태를 기록한 기억투쟁입니다.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는 해설에서 “조직도 노조도 친구도 동지도 차갑더라”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끊은 기아자동차 사내 하청업체 해고노동자의 말을 기록했습니다. 2015년 노동절에 알바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하려고 맥도날드를 항의방문한 알바노조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엘리트’ 검사가, 백남기 농민을 죽인 그해 11월 민중총궐기집회에 대한 수사를 맡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기소했던 사람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누군가에겐 아주 사소할 이런 사건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적폐’의 일종이라고 그는 보았습니다. 또 ‘우리’를 분단시키려는 힘은 늘 작동하고, ‘우리’가 서로 다르지만 함께하는 다양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러지 못할 때 우리 주위를 다시 개들이 서성이기 시작한다.”
이번주 소개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풀빛) 최신 개정판은 노동에서 소외된 ‘우리’ 알바노동자들의 문제를 한층 더 깊이 다룹니다. <누가 포퓰리스트인가>(마티)는 “우리‘만’이 국민” “도덕적으로 순수하고 완벽하게 단일한 국민”이라는 인식을 비판합니다. 선거가 끝난 뒤 한층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들입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