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이기주 지음/황소북스·1만4500원 이런 문장을 썼던 사람이다.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언어의 온도>, 2016) 지은이는 “사람마다 인품이 있듯 말에도 언품(言品)이 있다”고 말한다. 사각사각 연필로 글을 쓰듯 말한다. 때론 소곤소곤, 자주 소살소살, 맑은 개울물 흐르듯 말한다. <말의 품격>은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큰 말은 힘이 있다’ 이렇게 네 꼭지로 나누고 존중부터 광장까지 24개 낱말의 뜻을 되새긴다. 일상과 독서의 경험을 맞춤하게 인용하면서, 말과 사람의 품격을 간결하게 정리한 말글살이 교양서다. 이런 문장들이 책에 있다. “경청은 말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과 말 사이에 배어 있는 감정은 물론 상대의 목구멍까지 차오른 절박한 말까지 헤아리는 일이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인간의 입술은 그가 마지막으로 발음한 단어의 형태를 보존한다는 말이 있다. 내 입술에 내 말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무섭고 서늘한 얘기다.” “명령이 한쪽의 생각을 다른 한쪽에 흘려보내는 ‘치우침의 언어’라면, 질문은 한쪽의 생각이 다른 쪽에 번지고 스며드는 ‘물듦의 언어’다.” 이런 문장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참 반가울 것이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이성선 시 ‘다리’에서). 소통 없이 소음이 횡행하는 세파의 출렁임에 어지러운 사람에게 이 책은 참 괜찮을 것이다. 마음의 멀미약 같은.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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