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데버러 A. 해리스·패티 주프리 지음, 김하현 옮김/현실문화·1만6500원 <블룸버그 뉴스> 보도를 보면, 미국의 상위 15개 레스토랑 그룹에서 일하는 헤드 셰프(총주방장) 160명 중에서 여성은 6.3%에 불과하다. 여성 셰프들은 남성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셰프가 되지만, 어느 지점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미국의 여성 셰프 크리스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크리스틴은 하루 15시간씩 일했다. 매일 자정에 출근해 오후 3시에 퇴근했다. 퇴근 후엔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가고, 엄마로서 요구되는 일을 해야 했다. 어느 순간 방전됐다. 잘 나가던 식당에서 자기 자리를 버리고, 가정을 택했다. 더 이상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주방은 그에게 없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데버러 해리스와 패티 주프리는 <여성 셰프 분투기>에서 젠더 불평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직업으로 셰프를 꼽는다. 저자들은 가정과 일에 관한 여성의 ‘선택’에 앞서, 구조적 결함을 지적한다. 이들이 인터뷰한 33명의 여성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위치와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주어진 구조 안에서 제한된 선택을 강요 받는다는 점은 동일했다. 저자들은 배제와 차별, 성희롱이 난무하는 주방에서 사회적으로 젠더화된 셰프라는 직업이 어떻게 생겨나고, 여성이 어떻게 기회를 잃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33명 여성 셰프들의 이야기는 다른 일터에서 일하는 이들도 충분히 들어봄 직하다. 평등한 일터를 꿈꾸기 위해서는 우선, 일터에서 온몸으로 분투기를 쓰는 이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하기에.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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