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채효정 지음/교육공동체벗·1만5000원 야전에서 쓴 글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해직 강사인 지은이에게 야전은 학교 강의실 밖 잔디밭. 2016년 10~12월 수요일마다 했던 강의 8편을 묶고 다듬었다. 지은이는 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해고됐다. 2014~2016년 동료 강사 197명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교원에도 노동자에도 끼지 못하는 ‘슬픈 여집합’, 시간강사. 대학의 풀밭은 그에게 인간 존재의 존엄과 ‘밥’을 위해 싸우는 투쟁의 장소다. 그리하여 야전(野戰)이다. “반성문”이라고도 적었다. “괴물이 된 대학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나 자신이 가장 부끄러운 존재가 되어, 지금 여기 이 공간 안에서 함께 발언하고 행동한 기록.”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는 대학을 빼앗기고도 빼앗긴 줄 모르는 이들을 위한 ‘탈환의 정치학’이다. 지금 대학은 무엇인가. 어떠한가. 노동이 없다. “월 10만원의 강사료.” 학생이 없다. “(학점) 점당 얼마?” 교수가 없다. “동업자 카르텔.” 교육이 없다. “교육 아닌 ‘교육 같은 것’.” 정치가 없다. “1인 시위는 괜찮은데, 두 명이서 이렇게 하는 것도 괜찮을까요?” 주인이 없다. “주인은 그냥 주어진 것을 보고 선택하는 자가 아니라 자기가 만들어 내는 사람입니다.” 그의 ‘직장’ 이름 후마니타스(humanitas)는 인간다움이란 뜻이다. 그는 묻고 다짐한다. “여기서 빠져나오면 살 수 있을까? 여기에 없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나는 사라지지 않을 생각이다.” 홀로 못 한다. 연대하자는 것이다. “‘하나쯤’이 아닌 ‘하나뿐’인 인간으로 자기를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이여.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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