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자카 케이 글·그림, 최진선 옮김/너머학교·1만2000원 착하고 잘 웃고 말 잘 듣는 아이. 어른들이 기대하는 아이의 모습이다. <나쁜 생각은 나빠?>의 주인공 고양이 다마오도 평소엔 착한 아이의 모습이다. 그런데 어느날 다마오는 길에서 가면을 줍는다. 가면은 빨간 눈에 교활하게 웃는 표정이다. 가면을 쓰자 다마오는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일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새끼 고양이를 뻥 차기도 하고, 다른 고양이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거만하게 굴고, 못된 장난도 친다. 다마오는 어른들에게 혼날까 봐 하지 못했던 일들을 가면 뒤에 숨어 마음껏 해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면이 벗겨지지 않는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사람들은 가면 쓴 모습만 보고 다마오를 피한다. 다마오는 부모마저 진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까 봐 두려움을 안고 집을 향한다. 집에 도착한 다마오는 다시 한 번 놀란다. 착한 모습을 한 다마오가 자신의 방을 떡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쁜’ 다마오와 ‘착한’ 다마오는 서로가 진짜라며 싸운다. <나쁜 생각은 나빠?>는 너머학교에서 발간하는 철학 그림책인 ‘생각그림책’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선과 악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다마오가 겪는 이야기를 통해 온전히 나쁘거나 온전히 착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나쁜 생각을 하는 것과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의 차이도 생각해보게 한다. 책은 내 아이가 착한 아이기만 기대하는 부모를 뜨끔하게 만든다. 다마오의 부모는 나쁜 다마오와 착한 다마오 중에 착한 다마오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아이를 모두 껴안는다. 두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런 부모 밑에서 두 다마오는 싸우지 않고 때론 같은 꿈을 꾸고 같이 목욕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자칫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귀엽고 앙증맞은 고양이 그림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잘 엮어냈다. 7살부터.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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