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지난해 7월1일부터 ‘책과 생각’을 별지 섹션으로 만들기 시작했으니 만 1년하고도 한달이 지났습니다. 첫 커버 기사로는 <여행의 심리학>(김명철, 어크로스)을 다뤘죠. 스물아홉 나이에 첫 여행을 떠나 1년 반 동안 12개 나라를 찾았던 이 유쾌한 심리학자는 여행과 사람 마음에 얽힌 궁금증을 콕콕 집어 내 설명했습니다. 예컨대 같이 여행했던 ‘절친’이 대판 싸우고 헤어지는 건 왜일까요? “한번 여행을 시작하면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여행이 끝날 때까지 옹기종기 꼭 붙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것 아닌 일로도 서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싸움이 벌어진다는 건데요. 힘든 여정일수록, 궁한 사정일수록 그럴 것 같습니다.
‘책과 생각’을 만드는 일도 비슷합니다. 한데 모여 의견을 나누고, 생각이 엇갈릴 땐 아웅다웅하는 것이 일상이다시피 하니까요. 해서 절충점을 찾고 늘 새로운 책에 도전하는 일은 낯선 곳을 여행하듯 힘겹기도 즐겁기도 합니다. 냉온탕을 오가지요.
‘책지성팀’이라는 독특한 팀명 탓에 “지성이 뚝뚝 흐르는 이 팀장”이라며 자주 놀림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지성이 아니라 건성입니다” 하고 썰렁하게 답하면서도 눈높은 독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자책하곤 했습니다. 윤전기가 돌아가기 직전까지 쓰는 이 ‘책거리’ 코너 역시 매주 ‘안 쓰고 싶다, 없애 버릴까’ 괴로워하면서 꾸역꾸역 써왔습니다.
이제 곧 많은 사람들이 휴가지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겠죠. 여행 끝에 헤어져도 걱정 마세요. 또 다른 여정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만남도 헤어짐도 긴 여행의 일부분일 뿐, 새로운 여행지와 동반자가 생길 겁니다. ‘책과 생각’도 다음 한주는 쉽니다. 이번 여행 역시 책과 함께 생각하면서 즐거웠습니다.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번 여행에서 또 만나요!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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