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N. 스턴스 지음, 김한종 옮김/삼천리·1만9000원 “인류는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줄 의무가 있다.” 1924년 국제연맹이 채택한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의 한 대목이다. 이런 다짐은 프랑스 인권선언이 나온 지 꼭 200년이 되던 해인 1989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만장일치로 재확인됐다. 2011년엔 아동의 개인청원권을 보장하는 선택의정서도 채택됐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국제사회는 어린이·청소년의 보호와 권익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통틀어 아동의 규범적 지위가 한결같았던 건 아니다. 미국 역사학자 피터 스턴스가 쓴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는 어린이를 프리즘 삼아 인류 역사를 살펴본다. 원제는 ‘세계사 속의 어린이’다. 지은이는 인류사의 세 차례 큰 변화에 주목한다. 첫번째는 수렵채집사회에서 농업사회로 넘어온 것이다. “어린이는 10대 중반이 되면 들이나 집 둘레에서의 노동으로 가족경제에 적극 기여”하는 존재였다. 후고전기(5~15세기)에는 기독교·이슬람교·힌두교·유교 등 주요 종교의 영향으로 유아살해와 아동매매가 금지되고, 어린이의 종교교육과 ‘복종’ 의무가 강조됐으며, 엄격한 성적 통제도 병행됐다. 17세기 계몽주의 시대엔 어린이 존중 개념이 싹트고, 종교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학교 교육이 장려됐다. 두번째 변화는 18세기 근대산업사회와 함께 찾아왔다. 어린이의 본분이 ‘노동’에서 ‘학업’으로 바뀐 것이다. 산업화 시대 기계가 아동노동을 일부 대체했고, 교육이 더 나은 성인기에 필수적이란 인식이 확대되었다. 국민국가 정부는 어린이의 건강 증진에도 신경을 썼는데, 어린이를 장차 군인이나 노동력 공급원으로 중시했기 때문이다. 부모의 계급과 재산에 따라 학교에 가는 어린이와 공장으로 가는 어린이가 나뉘었다. 세번째 변화는 20세기 말 세계화로 촉발됐다. 경제적 세계화가 취약한 어린이들의 노동 상황을 악화시킨 반면, 정치적 세계화는 어린이 권리를 더 옹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일부 지역에선 어린이가 구걸과 인신매매, 심지어 소년병으로 동원되기도 한다. 지은이는 필리프 아리에스가 쓴 <아동의 탄생>(1960, 프랑스 원제는 ‘앙시앙 레짐에서 아동과 가족의 삶’)에서 어린이를 ‘근대의 산물’로 본 것을 “서구 중심주의의 한계”라고 비판하며 “글로벌 차원의 접근”을 강조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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