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왕검 신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 <천천히 제대로 읽는 한국사>에서는 삽화를 잘 활용했다. 한겨레출판 제공
천천히 제대로 읽는 한국사 1~5권
이지수·김도환·박성준 지음, 장선환 그림/한겨레출판·각 권 1만2000원
아이들이 역사에 대한 재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 역사 만화가 많이 출간됐고 독자들로부터 사랑도 많이 받았다. 위대한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쓴 역사서도 쏟아진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만 역사를 접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맥락을 놓치거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완간된 <천천히 제대로 읽는 한국사>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기까지 독자가 긴 호흡을 갖고 인류 역사와 함께 흘러온 한국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각 권은 선사시대~삼국시대, 고려, 조선 전기, 조선 후기, 근현대 시기로 나누었고, 권당 200쪽이다. 필요한 내용은 담되 부담되지 않는 분량이라 빠른 시간에 역사 여행을 할 수 있다.
개화정책을 추진한 조선 정부가 세운 별기군의 사진. 사료를 검증한 뒤 적절하게 책 곳곳에 배치했다. 한겨레출판 제공
1권은 500만년 전 나타난 최초의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 등 시대별 특징과 생활상을 다루면서, 별도로 한반도의 생활 모습만 떼어 다룬다. 역사 공부를 처음 하게 되면 만나는 뗀석기, 주먹도끼와 같은 용어를 단순 나열하지 않는다. 뗀석기 만드는 방법을 삽화로 보여주고, 각 도구들의 실물 사진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삼국의 건국과 발전, 전쟁과 통일 부분에서는 각국이 중앙집권제 국가로서 성장하고 변모하는 모습을 서술한다. 삼국이 발전할 때 주변에는 어떤 나라가 있었고,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도 유기적으로 잘 설명한다. 2권(고려), 3권(조선 전기), 5권(근현대)에서는 각 시대의 초기에 권력을 쥐려는 자들이 어떤 제도를 통해 그들의 권력을 강화했는지, 그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잘 짚어 준다. 예를 들어 태조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무력도 썼지만 호족들을 정성껏 대우했다. 왕건은 호족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호족의 딸과 결혼을 하거나 기인제도를 썼다. 기인제도는 호족의 아들이나 동생에게 높은 벼슬을 주어 개경에 머물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지방 세력을 견제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중요한 제도가 어떤 맥락에서 필요했는지 서술하니 이해하기가 쉽다.
‘역사 발자국’ ‘인물과 사건’ ‘유물로 보는 역사’와 같은 꼭지는 본문에서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이나 독자들이 흥미있어할 만한 지식을 보충해준다. 연대기 표, 주요 유적과 유적지 사진, 삽화가 충실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역사를 재미있게 공부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까 고민했다는 저자 및 편집자 들의 노력과 집념, 협업이 돋보인다.
이 책으로 한국사 통사를 쭉 짚어 본 뒤 자신이 관심있는 시대나 인물에 대해 추가적으로 다른 책을 찾아 읽는다면 역사를 공부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