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지음/사람이야기·1만2000원 좋은 예술을 만나면 안에서 흘러나온다. 눈물, 경탄, 안도, 후회, 기쁨, 침울, 편안함, 불편함… 뭐라도. 내 안에서 나온 감동 가운데 특별히 귀하거나 아름다운 것을 발견한다면 행운이다. 이때 예술은 영원한 스승 역할을 한다. 최고의 것을 안으로부터 끌어내는 존재가 스승이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신경림 ‘길’ 일부)을 가르치는 이. 1973년 등단한 이후 여성주의 관점에서 현대사를 꿰뚫는 작품을 써왔으며 한무숙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고정희상, 후배 작가들이 주는 ‘아름다운작가상’ 등을 받은 소설가 이경자(69)에게 시인 신경림(82·사진)이 그런 존재인 듯싶다. <시인 신경림>은 한국 문단의 작은 거인 신경림의 일대기와 문학을 이경자가 풀어쓴 책. 자신만의 작품세계가 원숙하게 우거진 중견 작가가 또다른 작가를 글감으로 한 권의 책을 내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지은이는 ‘작가의 말’에서 “신경림 선생님에 대한 글이 쓰고 싶어졌다. 마치 어떤 소재가 가슴에 들어와 덜컥 살림을 차리는 것과 흡사한 경우다. 나는 이런 걸 불씨라고 믿는데 그 불씨가 아무리 기다려도 꺼지지 않을 땐 ‘소설로 써야’ 놓여날 수 있다. 그래서 그때부터 선생님은 나의 ‘소설’이 되었다”고 썼다. 한 소설가에게 ‘소설’이 된 시인 신경림, 그의 출생과 성장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 되기까지의 풍경이 ‘시와 함께’ 담겼다. 전체 168쪽 구석구석에 신경림을 대표하는 시, 많은 독자가 기억할 만한 시, 근작들이 고루 배치돼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도움말이 충분한 시집처럼 읽히기도 한다.
2008년 2월 20일 오후 열번째 시집 <낙타>를 낸 신경림 시인이 서울 인사동 한 찻집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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