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
대니얼 웨그너, 커트 그레이 지음/추수밭·1만8500원 15세기 프랑스 사비니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농가에서 요람에 있던 아기가 암퇘지 한 마리와 새끼 돼지들에 공격당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늘날 같았으면 돼지와 새끼들을 죽였을 텐데, 아이 어머니와 마을 주민들은 돼지들을 재판에 넘겼다. 새끼 돼지들은 어리므로 유죄가 아니었지만, 암퇘지는 살인의 과실을 물어 교수형에 처해졌다. 과연 돼지들은 인간을 해할 ‘마음’을 갖고 이 행동을 했을까?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와 그의 제자 커트 그레이는 인간들이 필요에 따라 동물들에게 ‘마음’을 부여하거나 박탈한다고 봤다. 아이가 죽는 참사를 겪은 주민들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했고, 때문에 돼지는 도덕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존재’여야만 했던 것. 반면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을 때 아무도 돼지가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심리학자는 ‘마음의 정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어떻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개, 로봇, 인공지능(AI), 식물인간, 사자(死者), 신의 마음은 어떤 기준으로 혼재하는가.
책은 최신 연구와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며 ‘마음’이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 ‘지각’의 문제라는 사실을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특히 흥미로운 실험은, 인간은 대상의 속도가 인간과 동일한 수준에서 움직여야 감정과 의도가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나보다 천천히 가는 놈은 다 멍청하고 나보다 빨리 가는 놈은 다 미쳤다고 느끼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이런 ‘인간 중심의 시간’이 곧 ‘마음의 척도’가 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대니얼 웨그너, 커트 그레이 지음/추수밭·1만8500원 15세기 프랑스 사비니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농가에서 요람에 있던 아기가 암퇘지 한 마리와 새끼 돼지들에 공격당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늘날 같았으면 돼지와 새끼들을 죽였을 텐데, 아이 어머니와 마을 주민들은 돼지들을 재판에 넘겼다. 새끼 돼지들은 어리므로 유죄가 아니었지만, 암퇘지는 살인의 과실을 물어 교수형에 처해졌다. 과연 돼지들은 인간을 해할 ‘마음’을 갖고 이 행동을 했을까?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와 그의 제자 커트 그레이는 인간들이 필요에 따라 동물들에게 ‘마음’을 부여하거나 박탈한다고 봤다. 아이가 죽는 참사를 겪은 주민들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했고, 때문에 돼지는 도덕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존재’여야만 했던 것. 반면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을 때 아무도 돼지가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심리학자는 ‘마음의 정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어떻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개, 로봇, 인공지능(AI), 식물인간, 사자(死者), 신의 마음은 어떤 기준으로 혼재하는가.
농가의 아기를 잡아먹어 재판을 받고 있는 돼지. 로버트 챔버스 〈민속집〉에 실린 삽화. 추수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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