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유강은 옮김/이매진·2만원 <감정노동>(1983)으로 잘 알려진 앨리 러셀 혹실드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가 미국 우파의 심장 루이지애나주를 탐색했다. 루이지애나는 미국에서도 가장 못사는 지역이다. 주민들은 환경오염 피해자이면서도 환경규제에 반대하고, 주예산 44%를 연방정부에 기대면서도 연방정부 역할 확대를 혐오한다. 이 ‘거대한 역설’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2011~2016년 5년간 루이지애나의 티파티 핵심 지지자 40명과 관련자 20명의 심층 인터뷰가 책의 바탕이다. 환경오염에 시달린 화학공장의 늙은 노동자, 난개발로 인한 싱크홀 피해자인 티파티 지지자들이 등장한다. 수십년 전 일을 마치 옆에서 보는 듯한 생동감 넘친 묘사로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다. 저자는 이들의 상실감을 이렇게 전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줄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갑자기 흑인, 여성, 이민자들이 새치기를 한다. 기득권자, 인종차별주의자, 동성애 혐오론자라는 경멸에도 시달린다. 충성, 희생, 인내를 덕목으로 삼은 우파의 천사들을 혐오의 언어로 무장한 ‘성조기 부대’로 만든다.” 책은 ‘현상’을 짚긴 했으나, ‘해결책’을 온전히 제시하진 못한다. 다만, “오늘날 견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비슷한 집단에 갇힐수록 견해는 더 극단적으로 바뀐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환경운동가와 티파티 지지자로 나뉘었지만 평생 서로를 돕는 루이지애나의 샐리와 셜리의 우정을 소개한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모든 문제를 끝까지 토론하는 집단적 능력에 달려있다”는 말도 한다. 책은 미국 이야기를 하는데, 자꾸만 한국이 어른거린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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