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환 도박사건 감상기-세설
카지노 출입 통제하는 건
국민을 사행심 높은 인간으로 취급하는 것
근데 사행심 좀 가지면 안 되나
국민하기 피곤해 못 살겠다
세설
1.
재밌는 사건 하나가 터졌다. 신정환 도박사건. 아니 당사자는 “12년 쌓아 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라며 절박해 하는 데 재밌다니. 글쎄 좀, 재밌다. 우선 이것부터 해결해두자. 신정환은 공인인가. 답. 아니오. 연예인, 그들은 공공(公共)의 영역에서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공복이 아니라 공공연(公公然)한 영역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직업인이다. 국민투표로 그들 선발해 성금갹출로 그들 무명시절 자금 조달해주고 반상회에서 순번 정해 그들 출연 의무방청 한 게 아니다. 그들의 영업내용이 퍼블릭한 것 아니라 그 영업장소가 마침 퍼블릭할 뿐인 게다. 하여 그들에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평균 이상의 공적가치 지향할 의무, 없다. 법을 어겼다면 여느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법이 정한 범위의 처벌만 받으면 된다. 그 외에는 니나 잘하자.
2.
이 사건의 재미는 유명 연예인이 불법을 저질러 퇴출의 위기에 처한 걸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며 평소 그들로 인한 박탈감을 상쇄하고 상대적 안도감을 느끼게 해줄 안주거리가 생겼다는 데 있지 않다. 또한 그가 현재 출연과 진행을 맡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는 일제히 퇴출되고 있고 그것은 법이 정한 징벌 이상을 자신이 속한 업계로부터 받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만, 그를 변호할 재미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변호 필요 없다. 그는 복귀한다. 우리 모두는 그걸 알고 있다. 해서 정말 재밌는 건 신정환 이야기가 아니다. 카지노의 이율배반이다.
일반적으로 말해 신정환이 자신의 잉여 경제력을 어디다 소비하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않는 한, 남들이 관여할 바 아니다. 카지노에 돈을 소비하는 건 자신 자산에 타격을 줄 순 있어도 누굴 위해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국가가 허가한 이외의 곳에서 그 방식으로 돈을 소비하는 건 불법이다. 생각해보면 재밌다. 똑같은 방식의 게임에 똑같은 가치의 화폐를 배팅하는 건데 말이다. 폭리를 취하거나 위조지폐를 쓰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까 그것이 불법인 이유는 그 행위 자체의 위험성에 있지 않다. 무허가 블랙잭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시력의 손상을 입거나 허가 받지 않은 곳에서 바카라를 하면 지구 온난화가 촉진되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카지노가 불법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카지노가 아주 크게 돈 되는 장사기 때문이다. 정선 카지노는 정부 출자지분이 절반을 넘고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 뭐 국가가 세수를 위해 그런 식으로 카지노사업을 실질적 전매사업화 하겠다는 데에는 불만 없다. 나라운영엔 돈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국가도 돈 때문에 도박하는 주제에 사람들 도박한다고 탓하는 꼴은 참 웃기다. 둘째 이유는 건전한 근로가 아니라 사행심으로 가사 탕진할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국가가 허용하는 곳에서의 가사탕진이라고 국가가 보전해 주는 것도 아니니 이 명분도 자가당착인 건 매일반이다만 이 대목에선 웃기는 걸 넘어 할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자국민의 카지노 출입을 완전금지하는 유일한 국가였다. 정선카지노가 생겨 그나마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전까지 카지노가 존재하는 국가 중 가장 마지막까지 자국민의 카지노 출입을 금지했다는 말은, 그 명분대로 이해하자면, 도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의 불행을 세계에서 가장 우려해주는 국가였단 소리다. 행여 국민들이 사행심 주체 못하고 도박에 빠져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폐인이 될까 애들 물가 보내지 않는 심정으로 국민들을 가장 심하게 염려해 준 국가란 말은, 뒤집어 말하면 우리 국민들은 국가에 의해 전 세계에서 가장 사행심이 높고 도박에 빠질 확률이 높은 인간들로 취급되고 있었다는 말이다. 3. 우린 개인의 자기결정권이란 개념 자체가 여전히 어색한 사회다. 우리 손으로 근대를 맞이하지 못해 근대적 개인에 대한 학습이 부족한 데다 군바리정권의 통제습성이 불순물처럼 남아서 일게다. 개인들이 가진 각자의 지각으로 그 사행심을 적절히 통제해 스스로 자신 상황을 책임질 수 있다는 걸 기본적으로 신뢰해주지 않는다. 그러지 못하는 소수의 경우가 있다 해서 그 나머지 스스로 적절히 제어할 능력을 갖춘 다수의 자기결정권까지 간섭해선 안 된다는 생각, 별반 하지 않는다. 뗐다 붙였다 하는 명찰이 아니라 교복에 이름이 아예 오버로크 되어 있다면, 그건 선생님의 편의를 위해 학생이 원하지 않는 장소에서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을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생각, 우린 못해 왔다. 자기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려는데 지독하게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주민번호가 그대로니 개명으로 인한 혼란은 사실상 개인적인 수준인데도, 국가의 관리혼란에 대한 우려가 자신 이름에 대한 자기결정권에 우선해왔다. 자기 이름 자기가 바꾸겠다는 데 국가의 허락을 그렇게까지 받아야 한다는 거, 말이 안 된다. 제 몸에 어떤 무늬를 그려 넣든 말든 철저히 자기결정의 문제임에도 문신작업을 보건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요컨대 무면허 의료행위로 불법화함으로써 문신 자체를 막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신 의사가 문신하면 불법 아니란 거다. 바보들.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보다 대마로 인한 국민건강을 말하면서도 정작 재활치료는 나 몰라라 하는 이율배반에 이르면, 화가 난다.
세수 위한 카지노의 국가관리 이해한다. 하지만 사행심 이야긴 이제 그만해줬음 좋겠다. 그거 국가가 국민을 애 취급하는 거다.
4.
근데 말이다. 사행심 좀 가지면 정말 안 되는 건가. 살다 요행 좀 바라면 안 되는 거냐고. 그거 하다가 또 열심히 일하면 되자나. 어찌 죄의식 가져야 항목은 그리도 많은 지. 씨바 국민 해먹기 피곤해 못 살겠다.
일반적으로 말해 신정환이 자신의 잉여 경제력을 어디다 소비하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않는 한, 남들이 관여할 바 아니다. 카지노에 돈을 소비하는 건 자신 자산에 타격을 줄 순 있어도 누굴 위해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국가가 허가한 이외의 곳에서 그 방식으로 돈을 소비하는 건 불법이다. 생각해보면 재밌다. 똑같은 방식의 게임에 똑같은 가치의 화폐를 배팅하는 건데 말이다. 폭리를 취하거나 위조지폐를 쓰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까 그것이 불법인 이유는 그 행위 자체의 위험성에 있지 않다. 무허가 블랙잭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시력의 손상을 입거나 허가 받지 않은 곳에서 바카라를 하면 지구 온난화가 촉진되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카지노가 불법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카지노가 아주 크게 돈 되는 장사기 때문이다. 정선 카지노는 정부 출자지분이 절반을 넘고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 뭐 국가가 세수를 위해 그런 식으로 카지노사업을 실질적 전매사업화 하겠다는 데에는 불만 없다. 나라운영엔 돈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국가도 돈 때문에 도박하는 주제에 사람들 도박한다고 탓하는 꼴은 참 웃기다. 둘째 이유는 건전한 근로가 아니라 사행심으로 가사 탕진할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국가가 허용하는 곳에서의 가사탕진이라고 국가가 보전해 주는 것도 아니니 이 명분도 자가당착인 건 매일반이다만 이 대목에선 웃기는 걸 넘어 할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자국민의 카지노 출입을 완전금지하는 유일한 국가였다. 정선카지노가 생겨 그나마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전까지 카지노가 존재하는 국가 중 가장 마지막까지 자국민의 카지노 출입을 금지했다는 말은, 그 명분대로 이해하자면, 도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의 불행을 세계에서 가장 우려해주는 국가였단 소리다. 행여 국민들이 사행심 주체 못하고 도박에 빠져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폐인이 될까 애들 물가 보내지 않는 심정으로 국민들을 가장 심하게 염려해 준 국가란 말은, 뒤집어 말하면 우리 국민들은 국가에 의해 전 세계에서 가장 사행심이 높고 도박에 빠질 확률이 높은 인간들로 취급되고 있었다는 말이다. 3. 우린 개인의 자기결정권이란 개념 자체가 여전히 어색한 사회다. 우리 손으로 근대를 맞이하지 못해 근대적 개인에 대한 학습이 부족한 데다 군바리정권의 통제습성이 불순물처럼 남아서 일게다. 개인들이 가진 각자의 지각으로 그 사행심을 적절히 통제해 스스로 자신 상황을 책임질 수 있다는 걸 기본적으로 신뢰해주지 않는다. 그러지 못하는 소수의 경우가 있다 해서 그 나머지 스스로 적절히 제어할 능력을 갖춘 다수의 자기결정권까지 간섭해선 안 된다는 생각, 별반 하지 않는다. 뗐다 붙였다 하는 명찰이 아니라 교복에 이름이 아예 오버로크 되어 있다면, 그건 선생님의 편의를 위해 학생이 원하지 않는 장소에서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을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생각, 우린 못해 왔다. 자기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려는데 지독하게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주민번호가 그대로니 개명으로 인한 혼란은 사실상 개인적인 수준인데도, 국가의 관리혼란에 대한 우려가 자신 이름에 대한 자기결정권에 우선해왔다. 자기 이름 자기가 바꾸겠다는 데 국가의 허락을 그렇게까지 받아야 한다는 거, 말이 안 된다. 제 몸에 어떤 무늬를 그려 넣든 말든 철저히 자기결정의 문제임에도 문신작업을 보건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요컨대 무면허 의료행위로 불법화함으로써 문신 자체를 막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신 의사가 문신하면 불법 아니란 거다. 바보들.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보다 대마로 인한 국민건강을 말하면서도 정작 재활치료는 나 몰라라 하는 이율배반에 이르면, 화가 난다.
김어준/딴지일보 총수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