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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독자와 소통 꾀한 시트콤 버전 ‘1987’

등록 2018-01-18 19:56수정 2018-01-18 20:11

김용희 소설 ‘나의 마지막 첫경험’
87학번 여대생의 좌충우돌 연애담
6월항쟁 무렵 시대 하중도 버무려
나의 마지막 첫경험
김용희 지음/박하·1만4000원

영화 <1987>의 흥행으로 87년 6월항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1987년 대학가를 코믹 터치로 다룬 소설이 나왔다. 김용희 평택대 교수가 쓴 <나의 마지막 첫경험>이 그것이다.

서울의 한 여자대학 무용학과 신입생 장솔잎이 주인공. 솔잎은 남녀공학인 옆 대학 응원단의 치어리딩에 폭 빠져 신입 부원 오리엔테이션에 응모하고 합격 통지까지 받는다. 물론 다른 학교 학생이라는 사실은 숨겼다. 지방의 보수적인 집안 출신으로 평생 처음 부모의 감시에서 벗어난 솔잎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팅에 나가고 디스코텍을 드나들며 젊음을 한껏 구가한다. 그러나 대입 신체검사에서 뜻밖에도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다는 통고를 받은 솔잎은 절망과 탄식 끝에 한가지 결심을 한다. 유방 절제 수술 전에 멋진 남자와 ‘첫경험’을 하기로 한 것. 병원으로부터는 한달 말미를 얻는다.

<나의 마지막 첫경험>은 응원단 동료인 솔잎과 봉수, 단장인 강혁 선배 등을 중심으로 87년 대학가의 풍속도를 발랄한 필치로 그린다. 영화 <1987>에서 보듯 당시 한국 사회와 대학가는 정치적 무게 아래 질식할 듯 눌린 상태였기에 소설의 경쾌한 분위기가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1987>은 물론 의미 있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저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측면에서 불만이 없지 않았어요. 지독한 고증에 입각한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제 소설은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경쾌한 문체에 담고자 했습니다.”

87학번 여대 새내기의 좌충우돌 연애담과 캠퍼스 풍속도, 6월항쟁의 뜨거운 분위기를 담은 소설 <나의 마지막 첫경험>의 작가 김용희. “이 소설은 내 모든 침묵을 다해 내뱉는 항변이자 고해인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87학번 여대 새내기의 좌충우돌 연애담과 캠퍼스 풍속도, 6월항쟁의 뜨거운 분위기를 담은 소설 <나의 마지막 첫경험>의 작가 김용희. “이 소설은 내 모든 침묵을 다해 내뱉는 항변이자 고해인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87학번 여대 새내기의 좌충우돌 연애담과 캠퍼스 풍속도, 6월항쟁의 뜨거운 분위기를 담은 소설 <나의 마지막 첫경험>(박하)의 작가 김용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87학번 여대 새내기의 좌충우돌 연애담과 캠퍼스 풍속도, 6월항쟁의 뜨거운 분위기를 담은 소설 <나의 마지막 첫경험>(박하)의 작가 김용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7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작가는 “1987년 당시 대학생들에게 거칠고 건조한 투쟁만 있었던 게 아니라 슬픈 낭만이랄까, 분노 속의 낭만 같은 것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의 마지막 첫경험>에서 대학생들은 스크럼을 짜고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도 하지만, 고고장과 디스코텍을 드나들고 전자오락을 하는가 하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거나 기차 타고 백마역에 가서 막걸리를 마시기도 한다. “학생운동이 가장 격렬했고 광장에서 시민들도 그에 공감하고 연대했지만, 88 올림픽을 앞두고 축제와 스포츠에 들뜬 분위기도 있었다는 것에 주목하고자 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첫경험’을 나눌 상대로 솔잎은 응원단장인 강혁 선배를 점찍지만, 눈치 없는 봉수가 수시로 앞길을 가로막는다. “남자들이란 거칠고 지능이 모자라고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실수의 오발탄들”이라 여기는 솔잎, 그리고 “약간만 비겁하면 삶은 무한정 풍부해질 수 있다”고 믿는 8대 독자 봉수의 좌충우돌 티격태격 실랑이가 시트콤처럼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1987년의 청춘들이 시대의 하중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다. 캠퍼스에는 ‘짭새’로 불린 사복 경찰들이 활보하고, 무역회사에 다니는 줄 알았던 하숙집 주인 아저씨는 지하 취조실에서 잡혀온 학생들에게 물고문을 가한다. 그 과정에서 박종철을 연상시키는 고문사가 발생하고 학생들의 시위에 경찰은 직격 최루탄 발사로 응대한다.

87학번 여대 새내기의 좌충우돌 연애담과 캠퍼스 풍속도, 6월항쟁의 뜨거운 분위기를 담은 소설 <나의 마지막 첫경험>(박하)의 작가 김용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87학번 여대 새내기의 좌충우돌 연애담과 캠퍼스 풍속도, 6월항쟁의 뜨거운 분위기를 담은 소설 <나의 마지막 첫경험>(박하)의 작가 김용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87학번 여대 새내기의 좌충우돌 연애담과 캠퍼스 풍속도, 6월항쟁의 뜨거운 분위기를 담은 소설 <나의 마지막 첫경험>(박하)의 작가 김용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87학번 여대 새내기의 좌충우돌 연애담과 캠퍼스 풍속도, 6월항쟁의 뜨거운 분위기를 담은 소설 <나의 마지막 첫경험>(박하)의 작가 김용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어떻게든 스무 살 청춘 발랄하게 살아보려 했다. 그런데 자꾸만 훅이 들어오는 시절이다.”

주인공 솔잎의 이름은 70, 80년대 운동 가요로 널리 불린 노래 ‘상록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불과 스무살 푸르른 나이에 여성의 상징이라 할 가슴 한쪽을 도려낸다는 설정 역시 민주주의를 위한 청춘의 희생으로 해석될 법하다.

이 소설의 전작 격인 <란제리 소녀시대>(2009)는 지난가을 8부작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작가는 이번 작품 역시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영상화 등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구비문학에서 기록문학으로 문학의 형태가 변했듯이, 이제는 거꾸로 문어체에서 구어체 글쓰기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여기에다가 영상화 요소가 가미되고 있죠. 독자의 요구는 이미 그쪽으로 넘어가 있는데, (한국)문단은 100년 넘은 관습에 여전히 매여 있다고 봅니다. 문학은 제도이고 제도는 환경에 따라 바뀌어 가게 마련이죠. 저는 그처럼 바뀐 환경이 요구하는 새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겁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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