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은 지음/한겨레출판·1만4000원 사랑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 세계에선 연습도 실전인 게 낭패지만. 그래서 더더욱 사랑은 ‘배워야 하는’ 대상 같다. 사랑은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질 수도 있지만 사랑을 지속하는 능력까지 저절로 주어지진 않으니까. <엄마의 독서>는 사랑의 연습장 같은 책이다. 14년 동안 일하면서 아이 둘을 키운 소설가 정아은이 그동안의 육아 경험을 풀어놨다. 아이에게 천사같이 굴다가도 어느새 “울면서 공룡처럼 발 구르기”를 하는 육아의 현장이 생생하다. 분명 사랑하는데도 자신이 “이 집 하녀” “쓰레기”처럼 느껴질 때면 서점으로 가는 이 엄마. 육아를 ‘글로 배우기’로 한다. 그래서 이 책의 형식이 독서 일기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모든 일을 당연한 듯 (여자인) 내 몫으로만 생각하는 것, (…) 아이가 귀찮고 보기 싫은 순간에도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알다시피 이는 사회적으로 주입된 관념이다. 동서고금의 육아서와 심리학, 정신의학, 문학, 페미니즘 책으로 고비를 넘을 때마다 높아진 사유는 더 넓은 지형을 내려다보게 했다. “쌍생아처럼 닮은 가부장제와 모성 신화”가 만든 “연극”판. 여기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아이라는 점도. 아이는 “엄마의 가식을 본능적으로 체득한 뒤 똑같이 반응하게 된다.” 애한테만 매달리지 않고 책에도 매달린 건 “아이와의 관계는 엄마가 다른 사람(존재)과 맺는 관계의 일부분”이라는 깨우침의 적용이기도 하다. 아이에겐 “어른이 우주와 관계 맺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모방하고 변형시키며 마침내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과정”이 “성장”이다. 지은이가 가려 뽑은 30권의 정수가 여기에 담겼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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