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융 지음/한겨레출판·1만2000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기사 베껴 쓰는 언론’을 동시에 후려잡은 소설집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2017)의 작가 강병융.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 나왔다. 명랑하게 묵직한 소설은 소설대로, <아내를 닮은 도시>(2015)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2016) 등 장난스럽게 다정한 산문집은 또 그대로 독자의 깊은 공감을 받아왔다. <손가락이 간질간질>에선 소설 쓰는 강병융과 에세이 쓰는 강병융을 한번에 만난 것 같다. 10대 고교 야구선수 ‘유아이’의 퀴어 성장 판타지. 아이에게 ‘세 번째 눈’이 생긴다. 부위는 하필 손가락. 아이는 투수다. 몇 번째 손가락인지가 웃음 버튼인데 지금 알려드릴 순 없고, 아무튼 아이는 고민한다. “어떤 병원에 가야 할까?” 이놈의 손가락은 친구 ‘백이’만 보면 더 간지럽다. ‘백이’가 보고 싶다. 꿈에서도 보고 싶다. 남들과 다른 내 모습, 고쳐야 하는 질병일까? 손가락에 눈이 있는 운동선수로 방송을 타버린 아이. “주인공이 된 이유가 ‘다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름 아닌 ‘다름’ 때문”. 이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아이’를 차별하거나 정죄하는 인물이 아무도 없다. 바로 이 점과 눈빛이 깃든 손, 두 설정 때문에 이 책은 춤을 보듯 읽게 된다. 춤의 감동은 결국 손으로 전달된다. 맨 끝에 있으면 눈빛은 못 봐도 손은 볼 수 있다. 댄서는 그래서 손끝에 눈빛(영혼)을 담아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춤은 결코 지옥을 재현하지 않는다. 표지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 빨강에서 보라까지 모든 색이 춤추는 안전한 세계. 견고하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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