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권준성 스토리, 이장미 그림/어린이아현·1만3000원
마음/마일두 글, 슬슬킴 그림/어린이아현·1만3000원
살다 보면 구구절절 설명하기는 싫은데, 억울하고 속상하고 내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다. <아 진짜>의 주인공 남자아이의 상황이 딱 그렇다. 고작 몇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형은 주인공 아이보다 맛있는 빵을 더 먹는다. 용돈도 더 받는다. 푹신한 소파도 독차지한다. 텔레비전 리모컨도 형 마음이다. 주인공 아이는 그럴 때마다 속상해하며 “아 진짜”라는 말을 내뱉는다.
<아 진짜>에는 글자라고는 ‘아 진짜’밖에 없다. 주인공이 억울하고 속상해할 만한 상황들을 선명한 그림으로 보여줄 뿐이다. 각 장면은 전후 맥락이 없더라도 직관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림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갖고 있는 힘이다.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이라면 ‘우리 집이랑 똑같네!’ ‘어? 우리 집은 반대인데…’ 말을 하며 책장을 넘길 것이다. 두 아이의 표정이 매번 대비되는데, 그 표정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이 책의 별미는 매번 동생을 골탕먹이며 마냥 즐거워하던 형의 표정이 점점 변하는 대목이다. 로봇을 먼저 차지하려다 형은 로봇 한쪽 팔을 부러뜨린다. 망가진 장난감 때문에 속상한 동생 옆에서 형은 또 실수를 한다. 동생이 그려놓은 로봇 그림에 물을 엎지르고 만 것이다. 이쯤 되니 형은 동생에게 미안하다. ‘어떡하지…’ 하는 듯한 형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싸우고 토라지고 화해하고 놀면서, 그렇게 관계 속에서 하루하루 자란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따뜻한책’ 시리즈 <마음>도 짧은 문장과 그림의 힘을 활용해 만든 책이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향하는 사람들, 길을 걸으면서도 핸드폰을 보며 키득거리는 아이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새장 속에 갇힌 새, 길거리의 고양이, 판매대에 놓인 강아지들, 물속의 물고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이 등장한다. 그림과 함께 이런 질문이 등장한다. ‘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저 강아지는 어떤 마음일까?’ ‘물고기들도 마음이 있을까?’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에 대해 아이가 궁금해하도록 안내한다. 정해진 답도, 씌어진 글도 없으니, 아이가 그림을 보고 어떤 말을 할지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 눈에 보이는 실체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연결지어 아이와 풍부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선과 따뜻한 색을 활용한 두 책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동심의 세계와 접속한 느낌을 준다. 4살 이상.
양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