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소녀들에게 들장미 소녀 캔디가 있었다면 또래 소년들에겐 독고탁이 있었다. 최고 인기를 누렸던 만화 주인공 이야기다. 캔디가 “외로워도 슬퍼도” 울긴커녕 웃으면서 푸른 들을 달렸던 것처럼, 이상무 화백의 만화 주인공인 독고탁 역시 외로워도 슬퍼도 소매 끝으로 코 한번 쓱 훔치곤 씩씩하게 운동장을 달음박질치는 까까머리 명랑 소년이었다.
이상무 작가 타계 2주기를 맞아 <울지 않는 소년>이 3권짜리 복간본(
사진)으로 나왔다. 지난해 1월 고인의 첫 기일에 맞춰, <달려라 꼴찌> 시리즈 12권이 복간된 데 이어 두번째다. <달려라 꼴찌> 시리즈에서 고교 야구와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했던 독고탁이 <울지 않는 소년>에선 날쌘돌이 축구 선수로 운동장을 누빈다. <울지 않는 소년>은 1978년부터 어린이잡지 <어깨동무>에 연재돼 인기를 끌었던 작가의 대표작이다. 산골 마을의 축구 신동인 독고탁은 아버지를 잃은 뒤 서울로 올라와 어린 시절 헤어진 엄마의 국숫집을 찾아낸다. 탁은 걸핏하면 거기서 국수를 먹지만 엄마는 탁이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책의 1권 첫 장에서 고인의 딸 슬기씨는 “아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빠 작품이 복간되어 나왔어요”라고 적었다. 또 바로 다음 쪽부턴 고인의 부인이 “편집자로서 작가에게, 아내로서 남편에게” 쓰는 편지글을 통해, 작가 생전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여러 일화를 소개하며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 이상무 작가는 2년 전인 2016년 1월 화실 책상에서 작품을 그리던 중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글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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