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실수
코리나 루이켄 글·그림, 김세실 옮김/나는별·1만4000원
‘앗, 실수!’라는 짧은 비명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실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책이다. <아름다운 실수>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실수가 왜 아름다운지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림을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람 얼굴을 그린 한 아이가 있다. 그런데 실수로 두 눈의 크기를 다르게 그렸다. 다음 장을 넘기니 안경을 그려 넣었다. 두 눈 차이가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그리고 나서 몸통을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목은 너무 길고 팔꿈치는 너무 뾰족하다. 기대감을 갖고 다음 장을 넘겨본다. 기다란 목에 나풀나풀한 레이스와 주름이 들어있는 장식을 그려넣었다. 제법 괜찮다.
고양이인지, 개구리인지, 젖소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렸다. 또 실수를 했다. 도저히 만회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아이는 아예 그 그림 자체를 어두컴컴하고 잎들이 빽빽한 수풀로 덮어버렸다. 감쪽같이. 아이는 다시 동물을 그리는 시도를 하지만 또 실패한다. 이제는 실수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멋진 바위로 둔갑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가 멋진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해간다. 노란 풍선을 든 아이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커다란 나무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경쾌하기만 하다.
캔버스에 떨어진 작은 얼룩에서 시작해 수많은 실수 속에서 탄생한 그림은 마치 한 사람이 태어나 수많은 실수를 하고 실패를 견뎌 나가며 완성해가는 인생의 한 단면을 연상시킨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메시지가 가슴 속에 묵직하게 남는다.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창조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가 빛나는 책이다. 5살부터.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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