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인권 선언, 아들 인권 선언, 엄마 인권 선언, 아빠 인권 선언
엘리자베스 브라미 글, 에스텔 비용 스파뇰 그림/노란돼지·각 권 1만2000원
엄마 아빠, 기억하세요, 그 책? <엄마는 좋아하고 나는 싫어하는 것>이라는 책 말이에요. 엄마가 읽으면 뜨끔할 거라며 제가 함께 읽자고 한 책 말이에요. 그 책 저자인 엘리자베스 브라미가 이번엔 ‘가족 인권선언 시리즈’ 책을 냈어요. 저는 이번에도 키득키득 웃으면서 “맞아, 맞아”라고 맞장구를 쳤어요. 저나 동생의 권리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의 권리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됐어요.
딸의 인권선언 1조가 뭔지 아세요? “흐트러진 옷차림을 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해도 될 권리. 넘어져 상처가 나고, 마음껏 까불 수 있는 권리”예요. 저처럼 놀이터에서 뒹굴기 좋아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친구들을 웃기고 싶은 친구들은 1조가 마음에 쏙 들어요. 왜 사람들은 항상 여자아이에게 단정하고 공손한 숙녀처럼 굴기를 바라는 걸까요? 딸의 인권선언 4조처럼 저는 “나무에 기어오르고” “울타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바느질이나 뜨개질하는 법, 정돈하는 법을 몰라도 될 권리”가 있고요.
<아들 인권 선언>의 한 장면. 노란돼지 제공
아들 권리도 궁금하다고요? 아들 권리 1조는 단연코 “눈물이 날 땐 울고, 위로받을 수 있는 권리”예요. 제발 어른들이 “남자가 그 정도 가지고 왜 울어?”라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속상하고 슬픈데 남자라는 이유로 울지 말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들이 꼭 수학을 잘 할 거라는 환상도 버려주세요. “무언가를 만들지 못해도 되고, 못 박을 줄 몰라도 될 권리”도 누릴 수 있게 해주세요.
<엄마 인권 선언>의 한 장면. 노란돼지 제공
<아빠 인권 선언>의 한 장면. 노란돼지 제공
엄마, 아빠 권리 내용이 더 궁금하시죠? 알려드릴게요. 엄마 권리 1조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모든 것에 대해 전부 알지 못해도 되며, 틀리거나 깜빡할 수 있는 권리’예요. 엄마도 저처럼 “맞아, 맞아”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죠? 저는 “화장실에서 책을 읽을 때 조용히 혼자 있을 권리”라는 5조 내용을 보고 반성했어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 엄마”하고 불러 엄마가 화장실에서 허겁지겁 나오신 적 많잖아요.
아빠 권리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저녁에 귀가해 피곤해할 수 있는 권리, 그럴 때 놀아 주거나 이야기하거나 책 읽어주기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말이에요. 아빠라면 당연히 퇴근해 저희랑 놀아주어야 한다고만 생각했거든요.
인권이라는 말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이 책을 보니 인권이 구체적으로 뭔지 알 것 같아요. 오늘 밤에는 우리 가족 모여서 ‘우리 가족 인권 선언문’을 따로 한 번 만들어보는 것 어때요? 초등 저학년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