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계승사업회 지음/메디치·3만2000원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의 뿌리는 ‘박정희’에 가 닿는다. 이 책은 적폐의 뿌리인 유신체제에 대한 첫 저항이자, 민주화운동의 기원인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을 재조명했다. 민청학련 항쟁은 학생과 평범한 시민들부터 지식인, 성직자, 정치인까지 망라한 민주 인사들이 1974년 4월 반유신 항쟁을 준비했으나 정보 누출로 사전 검거된 사건이다. 미수에 그친 이 사건이 역사에 깊이 새겨진 데에는 732명 검거, 15명에 사형 또는 무기징역 선고, 선고 몇 시간만에 전격적인 사형 집행 등 비상식적 광란에 빠진 박정희 정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책은 1972년 10월17일 유신 선포부터 민청학련 관련자들이 석방된 1975년 2월까지 850일간의 일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담아냈다. 2014년부터 4년 작업 끝에 탄생한 결과물로, 200여명의 인터뷰가 녹아들어 항쟁의 원인, 전개, 결과까지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700쪽에 이르지만, 수많은 등장인물과 숨가쁜 전개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 민청학련 사건의 대표격인 이철, 유인태 뿐 아니라 장준하, 백기완, 윤한봉, 그리고 이름없는 무수한 이들이 명멸한다. 6·10 항쟁과 촛불혁명도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말미에 항쟁 참가자 132명의 약력을 담았다. 한평생 투옥과 병마, 고통에 시달렸던 이들이 많고, 이민을 떠난 이들도 있다. 학계로 나가거나, 정계로 진출한 이들도 있다. 사건 조작 및 가해자 명단도 수록했다. 조작 기획자와 당시 검찰관들의 이름을 적시하고,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적어 넣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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