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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와 다르다는 것, 그렇게 불편한가요

등록 2018-04-26 20:47수정 2018-04-26 21:05

불편한 이웃
유승희 글·그림/책읽는 곰·1만1000원

동물들이 주인공이지만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너무 흡사해 감정이입이 절로 된다. 유승희씨가 최근 펴낸 장편 동화 <불편한 이웃>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따돌리는 폭력 가해자들의 행태와 심리 구조를 세밀하게 포착해 차갑게 그렸다.

같은 종족끼리 결혼하는 것이 규범인 동물 마을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고라니가 다른 종족인 흰 염소와 결혼한다. 마을 사람들은 “도리에 어긋난 짓”이라며 고라니를 따돌린다. 이때 “둘이 잘 살면 된다”며 친구가 되어준 이가 토끼다. 자식을 낳지 못하는 고라니와 흰 염소는 길에 버려진 꽃사슴을 데려와 키운다. 토끼도 아들 토돌이를 낳았다. 토돌이와 꽃사슴은 부모들처럼 사이좋은 친구가 된다.

문제는 토돌이와 꽃사슴이 학교에 가면서 터진다. 골목대장 멧돌이와 패거리들이 “다른 종족끼리 결혼한 콩가루 집안”이라며 꽃사슴을 괴롭힌다. 토돌이마저 멧돼지 패거리에게 ‘왕따’를 당하기 싫어 오히려 앞장서서 꽃사슴을 따돌린다. 딸의 ‘왕따’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고라니 부부는 노루 선생님을 찾아가고 멧돼지와 토끼를 찾아가지만 소용없다. 노루 선생님은 방관하고, 멧돼지는 ‘저 가족 때문에 우리 마을이,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토끼마저 자기 자식이 힘들어하자 고라니를 마을에서 쫓아내려고 음모를 꾸민다.

동물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 다문화 가족, 장애인 등 소수자와 약자를 대하는 태도와 닮았다. 자신의 편견을 ‘사회 정의’로 포장하고 합리화하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며 과연 정의란 무엇인지 묻게 된다. 달콤한 무지가 아닌 차가운 진실이 주는 무게감이 묵직하다. 초등 3학년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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