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형 지음/기쁜하늘·2만2000원 잡풀인지 꽃인지는 물을 줘보면 안다. 마음을 붓는 일은 그래서 중요한데, 익숙한 대상일수록 새롭게 마음을 붓기란 그리 쉽지 않다. 우리말도 그중 하나 아닐까 싶다. 말밭에도 애정을 계속 붓는 일, 그게 언어의 정원을 가꾸는 시작일 텐데. 강재형 <문화방송>(MBC) 아나운서가 우리말 사용법을 내놓았다. 섬세하고, 쉽다. ‘선인장도 죽이는 사람을 위한 식물 기르는 법’을 경험 많은 정원사가 쓴 것같이. 어문 규정을 바로 들이밀지 않는다. 일상과 매체에서 쓰는 언어, 이를테면 음식, 외래어, 한자어, 스포츠 용어 등의 ‘말글’을 ‘살이’(삶)로 데려간다. 계몽 시대에나 어울리는 사회 지도층 같은 말 대신 전문직(종사자), 유력 인사, 권력층 따위를 쓰자며 공공언어를 바룰 때. ‘힐링’ ‘디톡스’ 바람이 불어도 ‘치유’ ‘해독주스’처럼 쉽고 정확한 우리말을 즐겨 쓰는 언중을 관찰할 때도. 의론/의논, 잎새/잎사귀 같은 별도 표준어, 마실/마을, 이쁘다/예쁘다 같은 복수 표준어는 언어란 생명이 있어 필히 변한다는 방증이다. ‘짜장면’이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 날 “당당하게 ‘짜장면 곱빼기’”를 먹었다는 그는 “규범을 품고 현실을 기웃거릴 일이 줄어들어 후련”했다고 쓴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기림비’를 ‘넋 기림비’나 ‘추모비’로 써야 정확하다는 그의 지적으로 기림비 명칭 논의가 잠시 일기도 했다. 말뜻보다 사회적 합의를 존중한다는 그의 판단으로 멈춰 서긴 했지만. 말글은 삶이다. 원칙에 금이 갈지라도 적당히 무심한 태도가 숨 쉴 공간과 원리를 찾게도 한다. 빛은 깨진 금으로도 들어오고.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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