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지음/만만한책방·1만2000원 <반달>은 김소희 작가의 자전적 성장 만화다. 작가는 13살 김송이를 통해 30년 전의 어둡고 축축한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 담담하게 들려준다. 가난과 외로움, 차별 속에서 삶의 묵직한 시간을 통과해온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는 ‘또 다른 송이들’을 꼭 안아주는 느낌이다. 3년째 오락부장을 할 정도로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송이.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수학도 1등이다. 밝아 보이는 송이에겐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 바로 자신이 사는 곳과 엄마가 하는 일이다. 송이는 지하 술집에서 산다. 보증을 잘못 선 아빠는 도망쳤고, 생계를 위해 엄마가 술집 마담이 됐다. 해가 지면 송이는 술집 무대 뒤 창고 방에 들어간다. 캄캄한 그곳에서 소녀는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와 함께 술에 취해 소리지르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며 혼자 있어야 했다. 외롭고 슬픈 이 시간을 13살 어린이는 상상력으로 버틴다. ‘이곳은 도깨비의 은신처야.’ 아빠가 딸에게 붙여준 별칭 도깨비. 송이는 도깨비가 되어 그림을 그리고, 아빠와 함께 있는 상상을 하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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