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광 연작소설집 ‘놀러 가자고요’
고향 ‘범골’ 부모님과 이웃들 이야기
특유의 해학과 입말 속 애환 깃들어
고향 ‘범골’ 부모님과 이웃들 이야기
특유의 해학과 입말 속 애환 깃들어
김종광 지음/작가정신·1만3000원 김종광의 소설집 <놀러 가자고요>는 그의 고향을 모델로 삼은 ‘범골’의 인문지리지처럼 읽힌다. 책에 실린 아홉 단편 거의가 범골 사람들 또는 그 자식들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 자신의 가탁일 소설가 ‘소판돈’의 부모 ‘김사또’와 ‘오지랖’을 중심으로, 범골에 살거나 그곳 출신인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당대 농촌 현실을 부조해 낸다. 각 단편은 서로 다른 주인공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지만, 한 작품에서 주연으로 부각됐던 이가 다른 작품에서는 조연으로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 작품들은 서로 긴밀히 얽혀 있다. 수록작 가운데 ‘<범골사> 해설’이라는 작품은 독특한 형식으로 눈길을 끈다. 외지 출신으로 범골에 정착한 ‘성염구’가 120년 범골의 역사를 정리한 책 <범골사>를 쓰면서 참조했던 자료들의 목록과 그에 대한 짧은 해제를 열거했다. 이 가운데 범골 출신 “듣보잡 소설가” 소판돈에 관한 언급이 특히 흥미로운데, 이러하다. “성염구가 (소판돈의 소설) <별의별>을 짯짯이 훑으니 소판돈은 왜곡을 넘어 날조를 하고 있었다. 이러니 소설가 놈들이 욕을 먹어 마땅하다! 순 거짓말 제조기라니까. (…) 소판돈의 소설을 읽자 거짓에 맞서 진실을 밝히자는 투쟁의지 같은 것이 막 샘솟아 술기운을 빌려 집필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술술 잘 써지는 것이었다.” 성염구의 품평이 문학과 소설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왜곡’과 ‘날조’라 파악한 허구의 틀을 빌려 고향 범골과 부모 세대의 삶을 천착하는 소판돈(그러니까 김종광)의 각오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설명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루하고 사소한 농민으로서의 삶을 경이롭고 기억할 만한 사건의 연속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범골’ 연작소설집 <놀러 가자고요>를 낸 소설가 김종광. “변명을 하자면, 내 부모의 인생이 기록되어야만 하는 귀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줄기차게 썼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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