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로 민·형사 소송에 휘말린 박유하 세종대 교수(일문학)가 피소 4년을 맞아 책 두 권을 한꺼번에 내놨다.
<제국의 위안부>를 출간했던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에서 나온 <제국의 위안부, 지식인을 말한다>는 박 교수가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한 책이다. 또 <제국의 위안부, 법정에서 1460일>은 최근까지의 법정 공방을 정리하고 소송 자체의 부당성을 주장한다.
앞서 2013년 <제국의 위안부> 초판에서 박 교수는 일본군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매춘의 틀 안에 있는 여성(관리 매춘)”이라거나 “일본군과는 동지적 관계이자 식민지인으로서 (전쟁의) 협력자”였다며 “일본군의 강제연행을 근거로 법적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펼쳐 격렬한 파문과 논란을 낳았다. 일본군 위안부 만행의 원인을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가부장제와 가난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박 교수의 견해는 당혹스럽지만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송사에 휘말리면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 위안부 피해자들은 박 교수와 출판사 대표 정아무개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출판·광고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었다. 가처분 신청은 2015년 2월 일부 인용돼 34곳을 삭제한 제2판이 간행됐다. 또 민사소송에서 1심 법원은 피고가 원고 쪽에 총 9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형사소송은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벌금형이 나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 법정에서 1460일>에서 “이 재판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검사도 변호사도 기존 보고서들의 견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 논문이나 보고서를 만든 이들은 법정에 없는 완벽한 대리싸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국의 위안부>는 역사서라기보다 ‘역사와 마주하는 방식’에 대한 책”이란 기존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나의 목적은 한국/일본/정부/민간/(위안부 문제) 부정자 등이 대화 불능의 대립상태를 넘어설 접점 만들기”였으며, “오로지 그것을 위해 <제국의 위안부>를 썼다”는 것. 박 교수는 민사 손배심과 형사소송 1,2심에서 법정에 제출한 준비서면 답변서와 최후진술, 공판기 등도 <제국의 위안부, 법정에서 1460일>에 함께 실었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제국의 위안부' 명예훼손 결심공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출판사 쪽도 보도자료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박 교수의) 책을 읽지도 않은 채로, 혹은 확증편향적으로 박유하 교수를 비난해왔다”며 이는 “‘다른 목소리’에 대한 폭력적 억압”이라고 주장했다. 출판사 쪽은 또 “이 책(제국의 위안부, 지식인을 말한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존의 시각’과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이제 이 책을 읽지 않고는 <제국의 위안부> 소송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유하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 지식인을 말한다>에서는 “<제국의 위안부> 고소고발 사태는 학술공간에서 이루어졌어야 할 논의를 법정에서 이루어지도록 만든 사태”라고 규정했다. 그는 “나에게 비판적이었던 한·일 ‘지식인’들은 이 기간 동안 나를 공론의 장에 부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재판도 대중의 마녀사냥적 비난도 방관했다”며 “이 책은 학계가 만들어주지 않았기에 내가 직접 만든 ‘공론의 장’의 첫 시도”라고 밝혔다. 이 책에는 2014∼2017년 국내외 지식인들이 박 교수의 주장을 법정이 아닌 학문적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취지로 발표한 성명 4건을 실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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