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식 지음/서해문집·3만2000원 특정 분야에 국한된 역사를 다룬 책들이 꾸준히 인기를 끈다. 대부분 음식, 의상 등 가벼운 주제가 많은데,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쓴 <핵과 인간>은 인류의 ’핵’ 개발 역사를 다룬 묵직한 책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로부터 훔친 ’신의 불’처럼, 핵은 20세기 인류가 창조한 ’절대 무기’다. 또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전용’이라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1990년대부터 북핵 문제를 연구하며 평화운동을 벌여온 저자는 1939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히틀러가 원자폭탄을 갖는다면 세계가 절멸할 것”이라며 핵무기 개발을 간곡히 호소한 일, 1941년 핵 과학자들이 비밀리에 원자폭탄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 ‘맨해튼 프로젝트’ 등 핵무기 개발의 시원부터 다루고 있다. 이어 히로시마 원폭 투하, 미·소 핵무기 경쟁을 거쳐 북한 핵개발, 그리고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의 북·미 회담까지 망라한다. 이미 재래식 무기로 나라가 초토화된데다 항복 의사를 여러번 내비친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건 스탈린의 소련을 겨냥한 미국의 무력시위라는 점,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개성 원자폭탄 투하 계획 등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화들도 군데군데 소개한다. 김정일-김정은 정권의 핵개발 이전에도 한반도는 늘 핵위협으로부터 외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한 국면을 넘어왔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책은 ‘탈핵’으로 끝을 맺는다. 저자는 “핵은 관계”라며, 핵무기의 비확산과 폐기는 평화관계를 수립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관계에 의한 평화’를 노크하고 있는 현 한반도 상황에 기대감을 표시하며, ’탈핵 주권론’을 주창한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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