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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를 그린 그림’의 장구한 역사

등록 2018-08-09 19:12수정 2018-08-09 19:38

얼굴은 예술이 된다
제임스 홀 지음, 이정연 옮김/시공아트·3만2000원

오늘날 너무 익숙해져 ‘처음’이 언제인지 가늠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2013년 올해의 단어에 선정됐던 ‘셀피’(selfie)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자기 자신의 사진을 스스로 찍을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셀피’는 과연 이 시대의 새로운 현상일까? 이 흥미로운 질문에 영국의 저명한 미술가 제임스 홀이 ‘자화상의 역사’로 답했다. 지은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중세 처음으로 화폭에 나타난 예술가의 초상부터, 얼굴에서 몸으로 관심이 옮겨간 현대 미술의 경향까지 ‘나를 그린 그림은 어떻게 변해왔는가’에 대해 통사적으로 접근했다.

흔히 자화상이라고 하면 예술가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떠올리지만, 책은 지금까지 통용되어 온 자화상의 범위를 재정의한다. 음식을 훔쳐 달아나는 쥐를 향해 스펀지를 던지는 모습, 다른 이의 초상화 한 켠 거울에 비친 예술가의 모습, 심지어 단두된 골리앗의 얼굴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까지 자화상의 범주에 포함시켜 폭넓게 탐구한다.

지은이는 자화상을 진정한 자기 고백의 이미지라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 거울의 등장을 “자화상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하면서도, “거울 기술의 발전과 자화상을 필연적으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술가들이 ‘반영’이라는 거울의 단순한 속성보다, 거울의 ‘자기성찰적 개념’에 더 집중했다는 것. 자화상을 많이 남겼던 19세기 반 고흐, 쿠르베, 뭉크, 20세기 프리다 칼로, 트레이시 에민 등 예술가들의 고뇌 어린 자화상을 보면 ‘왜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는가’에 대한 그의 해석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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